아들의 첫 레슨

따뜻한 형재애가 모락모락 피어나네

by 진그림

벌써 십 년도 전의 일이다.

방학 때였는데 중학생이던 큰아들이 자발적으로 동생에게 트럼펫을 한번 가르쳐줄까요하고 운을 떼는거다.

"어머머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너무 좋은 생각인데! "

마구마구 칭찬하고 격려해 주었다.


드디어 첫 레슨의 날. 가르치는 게 제법 진지하다.

'오 제법인데? 잘 가르치네.'

나도 모르게 레슨비를 주겠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잠깐 워밍업 하자더니 삼십 분을 훌쩍 넘긴다.

얼마 줄까 물었더니 첫 레슨은 공짜란다. 인심도 좋지.


저녁에 퇴근한 남편도 듣더니 큰아들이 기특한지,

"넌 첨이라 아직 인지도가 없으니 경험 삼아서 엄마가 주는 대로 적더라도 받고, 잘 가르치게 되거든 스스로 몸값을 올리거라~"고 과외팁까지 가르쳐 주었다.

형제 사랑/진그림

그 자리엔 오빠들 사이에 꼽사리 껴서 입을 야무지게 모으고 듣고 보는 대로 따라 하는 세 살짜리 청강생까지 있었다. 오빠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이고 뭔가 부러웠던지 나에게 와서는 자기도 뭘 가르쳐달라는 이 꼬마청강생!

헉! 이건 웬 나비효과.

꼬맹이, 네겐 대체 뭘 가르쳐 줄까나?


아들은 이후로 정말 트렘펫레슨으로 고등학교시절 용돈벌이를 했고, 둘째도 형의 뒤를 따라 피아노를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잠깐 하기도 했다.


가정은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작은 사회라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며 깊이 경험했다.


이런 작은 사랑의 주고받음을 쌓아가며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배우고, 닮아가고, 결국 더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 가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바로 이 작고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의 순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부디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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