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무성한 아카시아 나무가 산책하는 코스에 늘어서 있다. 그중에 자세히 보면 몇 잎 남지 않은 줄기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노랗게 물이 들어 떨어진 잎들이 바닥에 소복이 쌓여있다.
줄기에 나란히 줄지어 달린 잎들이 내 눈엔 마치 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이 보였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가위바위보 하며 한 잎씩 떼기 놀이하던 생각도 났다.
떨어진 가지를 하나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곧 말라버리니까 얼른 펜으로 너의 모습을 남겨볼게.
그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시간들도 흘러 흘러가겠지. 언젠가는 제 둥지를 만들어 떠나가는 아이들의 때가 오면 줄기 끝에 두어 개 달린 노랗게 물든 아카시아 잎처럼 우리 집도 남편과 나만 남는 시간이 곧 오겠구나.
아카시아 나무가 우리네 인생처럼 다가온 아침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