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이 필요하더라
텃밭이 크지도 않은데 꽤 여러 가지 작물을 키우고 있다. 주로 호주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종류들로만 골라서... 그러다 보니 한 번에 수확하는 양이 많지 않다.
파드득나물은 참나물과 비슷한데, 한번 심으면 계속해서 잘라먹으면서 키울 수 있어서 좋다. 무쳐놓으면 얼마나 향긋한지 침이 고인다.
특히 나물로 먹는 채소는 키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다. 겉보기에는 잎이 무성해 보여도, 한 바구니 수확해 데치고 나면 고작 한 접시 분량이 나온다. 내가 너를 마주 대하려고 한 계절을 기다렸구나. 먹기가 아깝다.
그 한 접시를 앞에 두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달까. 이 작은 접시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햇빛과 비, 땅과 바람, 그리고 누군가의 손길임을 아니까 너무너무 귀하고 감사하게 한 젓가락씩 음미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다른 먹거리를 대할 때도 이젠 이름 모를 농부님들께 마음으로 감사를 올리곤 한다. 그분들은 나처럼 한두 포기 키우는 것이 아니라, 넓은 밭을 일구며 날마다 같은 수고를 감내하고 계실 테니까. 그 수고 덕분에 우리가 매일같이 식탁 앞에 앉아 따뜻한 밥과 반찬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이제야 철이 든다. 평소 마트에서 무심히 사 먹던 나물 한 팩이 얼마나 귀한지를. 나의 텃밭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며 직접 키워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작고 여린 잎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지, 자연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는다.
텃밭은 나에게 단지 먹을거리를 주는 공간이 아니다. 작고 소박한 한 접시의 나물이,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주고, 감사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시금치나물 무침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됩니다.
-나물을 씻고 줄기 쪽부터 데쳐서 물기를 짠다.
-맛소금, 마늘, 깨소금,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