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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봐야 비로소 아는 것들 중에

꽃 피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있더라.

by 진그림

도시에서는 더 이상 토마토, 깻잎, 바질, 파슬리, 청경채, 무꽃을 쉽게 볼 수 없다. 나 역시 그런 채소들이 자라고 꽃피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 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도 몰랐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열무꽃/진의 텃밭

하지만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그들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되었다. 열무꽃이 그렇게나 귀여운 줄은, 가지꽃이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줄은 몰랐다. 텃밭 주인에게만 허락된 이 비밀스러운 특권은, 바로 키우는 채소들이 피워내는 꽃을 매일 들여다보는 일이다.

로켓꽃/ 진의 텃밭

화려하진 않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채소꽃들은,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눈길을 끈다. 토마토, 오이, 호박, 가지처럼 꽃 아래 열매가 맺히는 식물들은 꽃이 피어날 때마다 반가움을 준다. 반면, 깻잎이나 바질처럼 꽃이 피면 곧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채소들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텃밭은 먹거리를 얻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매일 피고 지는 생명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는 장소다. 아주 작고 사소한 생명의 순간들이,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어쩌면, 이 소박한 감동을 만나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볼 만한 일 아닐까?


공심채/ 진의 텃밭

오늘은 공심채에 꽃이 하나 활짝 피었다.

공심채라 불리는 이유는 줄기의 속이 빨대처럼 비어있기 때문이다. 꽃은 나팔꽃처럼 생겼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모닝 글로리라고도 쉽게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서 나팔꽃이 아니니 틀린 말이다. 공심채볶음은 동남아음식인데 뜨거운밥과 같이 먹으면 꿀맛이다. 몇 공기는 먹을 수 있는 그런 맛. 신기하게도 씨를 많이 심었는데 딱 한뿌리 살아남아서는 몇 시즌을 넘겨가며 또 줄기가 또 나온다. 불멸의 채소인가.

공심채볶음/ 진의 부엌

[공심채 볶음]

- 공심채 약 한 줌 200g 정도 분량

-잘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팬을 예열, 기름 두르고 마늘 1 테이블 스푼 넣어 볶기

- 공심채 넣고, 굴소스, 진간장, 물엿(설탕), 피시소스 각각 1 티스푼, 물 1-2 테이블스푼 넣고 센 불에서 휘리릭 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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