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열네 살이 낸다고?
며칠 전 막내는 친구들과 같이 전부터 가고 싶어 하던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많지도 않은 용돈을 몽땅 털어 넣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올해 마더스데이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겠거니,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늦은 오후 교회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어! 따뜻한 밥 냄새가 났다. 부엌에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딸이 밥을 안쳐 놓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간장양념한 치킨 만들 거예요. 누들 넣어서요.”
말하는 걸 보니, 안동찜닭을 만들려나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돈은 어디서 났을까? 내 마음을 읽은 듯 지나가던 둘째가 귀에 대고 말했다.
“음료수 병이랑 빈 병 리턴해 받아둔 바우처가 냉장고 앞에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 오빠 찬스도 조금 썼지요.” 아마 메뉴 아이디어도 주고, 재료 사러 가서 모자란 돈도 채워 준 모양이다.
딸은 열심히 휴대폰 속 레시피를 들여다보며 묻는다.
" 우리 생강 있어요? 얼려놓은 고추는요? 못 찾겠는데요? 당면 없는데 이거 써도 돼요?" 옆에서 조수노릇을 조금씩 해야 했지만 꽤나 능숙하게 혼자서 메인요리를 해 내는 게 제법이다.
점심을 거른 탓도 있겠지만, 그날 저녁은 정말 놀랄 만큼 맛있었다. 식구들도 다 맛있게 감탄하며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직접 쓴 카드도 내민다. 호주서 태어나 한글 쓸 일도 없는 딸이 정성껏 쓴 삐뚤삐뚤 글씨도 너무 감동이다.
엄마에게
항상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챙겨주시고 제가 할 말을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 엄마가 항상 저한테 많은 것을 해주지만 제가 다시 엄마한테 많이 못해줘서 미안해요. 오늘부터 자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얘기해 드릴게요.
15년 동안 보낸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많이 힘들었겠지만 저를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해요.
엄마 늘 고마워요.
-멋진 딸 온유-
말은 안 했지만 딸은 며칠 전부터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생각해 왔었네.
정성스러운 손 편지 한 장과 한 끼의 식사,
그것이 엄마가 가장 기뻐할 선물임을 딸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선물의 진짜 의미를 알기를 바랐다. 돈을 써서 그럴듯해 보여야만 가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의 기념일들 속에서, 정작 마음을 전하는 본래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기념일이나 생일이 다가오면 " 엄마 뭐 필요한 거 없어요?"라고 아이들은 늘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해 주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
그건 바로 마음을 담아서 하는 것들이야.
나는 너희들이 마음을 담아서 주는 거면 뭐든 다 좋아. 서툴고 작아 보여도, 진심으로 건네는 마음의 표현이 한 사람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는 걸 기억해 줘."
" 에이, 엄만 맨날 똑같은 말 하시네." 그러면서도 마음에 새겨들었음이 이렇게 보이니 고마울 뿐이다.
딸,
엄마는 이제부터 간장양념찜닭을 볼 때마다, 열다섯을 코 앞에 앞둔 네가 만들어준 이 저녁을 떠올리게 될 거야. 엄마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행복을 선물해 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