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기록 한 장
B와 나는 근래 들어 일주일에 일곱 날을 만난다. 그리고 대여섯 번을 싸운다.
대체로 제대로 말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와 삼십이 가까워졌는데도 줄어들지 않는 유치한 질투 때문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와 B 사이에 난 길에는 애정이 쌓인다. 변명 같겠지만, 그러니까 사실 모든 싸움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별 수 없다. 그 애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시큼한 망고를 입에 넣고 어쩔 줄 몰라하는 B는 장난스럽고 다정하게 망고가 매달린 빵을 썰어 내 입으로 넣는다. 망고는 떫고, 시다. 우리는 내가 짓는 이 상스런 표정 때문에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나보다 몇 마디 큰 그 애의 손에선 몇 주 전 선물해 준 핸드크림 냄새가 난다.
맛없고 시큼한 망고를 주고받으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자니 대각선에 마 주 앉은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이는 일면식도 없는 우 리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다. 그리곤 계속해서 B와 나를 보며 메롱을 하거나 까꿍 놀이를 하며 알은체를 한다. 아이와의 어정쩡한 교류가 길어질수록 옆에선 B의 난감하고 깊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목 가까이에서 짧게 튀어나오는 웃음 이 아니라, 배꼽 깊이 숨이 드나드는 그런 웃음이다. 나는 그 웃음을 퍽 좋아한다. 그런 웃음을 볼 때면, 나는 본적 없는 B의 아주 오래전 과거를 문득문득 상 상하게 된다.
"나중에 우리도-."
B는 세상에 있는 모든 말을 다정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나중을 기약하는 말들도 B가 말하면 기꺼이 그날을 기다리게 된다. 없던 미래도 원래 정해져 있던 이벤트처럼 조금 달뜨게 된다.
그러니까 모든 싸움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맛없는 망고가 들어간 빵과 의문 투 성이의 시그니처 음료도 행복이 되니까. 내일은 다시 돌아오는 일주일의 첫 만남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B의 난감한 웃음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쑥스러운 듯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눈을 질 끈 감는, 푸후후-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그런 웃음을.
_내가 사랑하는 플랜B [24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