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사진 출처 : 김녕만 사진작가의 작품중에서
'옛날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듣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감성팔이에 기대어 음악을 늘어놓는다고 할런지도 모른다.
80년 대전역 앞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지나가면서 쑤군거린다.
"광주에 전쟁 났대!"
어려서 몰랐다. "뭐 지금 전쟁이 났다고?"
하지만 라디오에서는 신나는 음악만 흘러나왔다.
바니걸스의 '빨간 구두 아가씨'
세상과 라디오는 영 딴판이었다.
초등 어린 시절 하교 시간만 기다리던 때 저녁도 먹지 않고 밤늦게 까지 공을 차다 숙제는 연필을 잡고 이불속에서 하다 잠들어 아침이면 오만상을 쓰고 등교를 해야만 했던 때였다. 중학교 시절 테니스 공과 슬리퍼는 손 야구로 유일한 학교의 해방구였다. 고등 학창 시절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볼펜으로 축구놀이를 하거나 접이식 바둑 아니면 짤짤이를 하거나 하는 교실 안에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꼼지락 거리는 일 말고는 특별히 없었다. 친구 중에는 월담을 하여 학교 밖 당구장이나 만화방으로 야자 시간에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하는 객기 넘치는 짓을 하던 녀석도 있었다.
그 시절 친구들과 같이 했던 기억과 노래로 추억을 소환해 본다.
모기약차
81년 초 여름. 밥 먹다 말고 달려~
여름 저녁 6시쯤 되면 어김없이 부우웅~ 하고 동네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동네 친구들은 놓치지 않고 잡으려 모였다. 한 번은 너무 심하게 달려 차 뒤에다 들이받기도 하였다. 왜냐면 호랑이표 까막 고무신을 신고 있다가 미끄러져서(당시 검정고무신은 땀이 차면 훌러덩 벗겨지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에 좋지도 않은 그 냄새가 그리도 좋았던지.
그때 듣던 가요
김현식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용 '바람 이려오', '잊혀진 계절' / 마그마 '해야' / 민해경 '내 인생은 나의 것' / 방미 '날 보러 와요' / 유심초 '사랑이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솔개트리오 '아직도 못다 한 사랑' / 이연실 '목로주점'
신작로
버스 한번 지나가면 먼지 풀풀 날리던 그때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최대한 빨리 길을 건너가야 했던 그때 포니 자동차가 또 지나간다. 인상 한 번 더 쓰고 재빨리 숨을 멈추고 달려야 했던 때였다.
그때 듣던 팝송
Diana Ross와 Lionel Richie의 'Endless Love' / REO Speedwagon의 'Keep On Loving You' / Kool & The Gang의 'Celebration' / Olivia Newton John의 'Physical' / Air Supply의 'The One That You Love' / Juice Newton의 'Queen Of Hearts' / Kim Carnes의 'Bette Davis Eyes' / Foreigner의 'Waiting For A Girl Like You' / Dolly Parton의 '9 To 5'
샌내끼 꼬기
82년 가을. 도시도 시골이었고 시골도 시골이었던 때였다. 지금은 볏짚으로 천연 비료를 만들지만 그때는 탈곡기로 이삭을 다 털고 나면 볏짚을 꼬아 '샌내끼'를 만들어 돈을 벌던 때였다.
용어 해설
'샌내끼'는 새끼줄의 충청도 사투리다.
그때 듣던 가요
송골매 '모두 다 사랑하리', '어쩌다 마주친 그대', / 남궁옥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 문성재 '부산 갈매기' / 김연숙 '그날' '초연'
복덕방
83년 어느 날. 주로 할아버지들 모여있던 복덕방 앞에는 길다란 나무의자 위에 장기판이 놓여 있었다. 지금은 '복덕방'이라는 간판을 달면 영업할 수 없다고 한다. 복덕방 아니고 '공인중개사' 집값이 너무 커져서 전문 지식이 필요할 정도가 되었다. 그때는 할아버지의 입심이 거래에 중요한 때였다. 대학 때는 설문 조사 알바로 복덕방을 찾아다니며 수세미와 목욕타월을 돌리던 때도 있었다.
그때 듣던 팝송
Willie Nelson의 'Always On My Mind' / Chicago의 'Hard To Say I'm Sorry' / Journey의 'Open Arms' / Paul McCartney와 Stevie Wonder의 'Ebony and Ivory' / Survivor의 'Eye Of The Tiger' / The Alan Parsons Project의 'Eye In The Sky' / Placido Domingo의 'Perhaps Love' / Laura Branigan의 'Gloria' / J. Geils Band의 'Centerfold' / Steve Miller Band의 'Abracadabra'
발가벗고 텀벙
83 여름날. 다리 밑 물 웅덩이는 여름 피서의 최고의 장소였다. 그런데 몇 년 후 강가에 다라 공장이 생기더니 검은 물때가 둥둥 떠다녀 강이 아닌 하수도가 되었다. 더 이상 물놀이는 할 수 없게 되어 가슴이 시커멓게 변했다. 또 놀던 다리는 전봇대를 싣고 가던 트럭이 무거워서 댕강 부러지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 성수대교 참사를 미리 목격하기도 하였다. 30미터쯤 되는 대교가 V자로 부러진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때 듣던 가요
김수철 '못다 핀 꽃 한 송이',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 정수라 '바람이었나', '아 대한민국' / 신형원 '유리벽', '불씨' / 해바라기 '행복을 주는 사람'
땅바닥 빙상장
83 겨울날. 실내 빙상장이라는 말을 아직 모르던 때였다. 스케이트보다는 썰매가 훨씬 인기 있던 때였고 비료포대와 대나무 스키는 최고의 겨울 놀이였다. 연탄을 때던 때라 아침이면 동내 빙상장은 아줌마들이 연탄을 집어던져 놓아 동심을 망가뜨렸지만 말이다. 스케이트 타다 의자가 없어서 땅바닥에 앉으면 축축한 엉덩이는 덤이었다. 몇 년 후 롤라장이 인기였고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그곳에 가는 것이 인생의 낙이 되었던 때였다.
그때 듣던 팝송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 / Irene Cara의 'What A Feeling' / Culture Club의 'Do You Really Want To Hurt Me' / Billy Joel의 'Uptown Girl' / Taco의 'Puttin' On The Ritz' /
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 / Kenny Rogers와 Dolly Parton의 'Islands In The Stream'
Toto의 'Africa' / Michael Sembello의 'Maniac' / Paul McCartney와 Michael Jackson의 'Say Say Say' / Lionel Richie의 'All Night Long' / Bonnie Tyler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
사진 출처
안산시 찾아가는 사진 전시회 - 제1권 어제 / 블로그 사진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