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으로 착각하는 팝송을 듣다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원곡에 대한 오마주(Hommage)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지 않으면 따라 하지 않으니까요!
아버지 세대에 듣던 곡을 집안 거실에서 따라 듣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어 버린 아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음악에 있어서 '돌출효과'라 합니다. 이렇게 한참 전의 노래를 뮤지션들이라고 좋아하지 않을 리 없으니 이를 직접 자신의 곡으로 만들어 새롭게 옷을 갈아입히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직접 가져다 쓰는 경우는 '샘플링'(Sampling), 원곡의 일부를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 그대로 Replay 하되 자신의 감성으로 바꾸어 부르는 '리메이크'(Cover) 등 어떤 것이 됐든 새로움(Newness)을 장착하려는 시도임은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리스너는 이전 곡이 좋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보통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적게나마 성공하는 곡들이 있습니다. 이 리메이크는 음악을 통해 세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음악 그 자체의 발전에 기여하여 장르 간의 유연한 섞임(Conversion)을 만들어 줍니다. "오,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말입니다.
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1992)는 영화 "The Bodyguard OST"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지금도 명곡의 반열에서 내려 올 생각이 없는 노래입니다. 휘트니의 폭발적인 가창력 덕분에 많은 사람이 원곡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곡은 Dolly Parton의 동명의 곡(1974)이 원곡입니다.
Cyndi Lauper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1983)은 원래 Robert Hazard의 노래(1979)입니다.
Sinead O’Connor의 Nothing Compares 2 U는 1985년 Prince가 만든 밴드 The Family의 데뷔 앨범 속 동명의 수록곡이 원곡입니다. 거의 잊힌 곡으로 있는 지 조차도 모르는 곡입니다. 그런데 1990년 아일랜드 가수 Sinéad O’Connor가 커버해 세계적인 히트를 쳐, 미국 Billboard Hot 100에서 1위,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이에 1993년에는 Prince는 본인의 콘서트에서 이 곡을 직접 부르기도 했습니다. 사후 2년 2018년이 되어서 Prince의 데모 버전이 공식 발표되어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노래는 '이별 후의 상실감과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십 대의 젊은 세대가 Disturbed의 곡을 원곡으로 알고 있는 '묵직한 록 스타일의 강렬한 커버로 큰 화제를 모았던' The Sound of Silence(2015)라는 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1964)이 원곡입니다.
일부이기는 해도 원곡을 리메이크해서 더 인기를 얻는 경우는 어쩌면 노래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시 부르는 뮤지션의 아우라가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세대가 원곡보다 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리메이크 곡만 접하게 되어 원곡의 존재를 알지 못하여 주류로 자리잡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인기 없었던 노래를 다시 Interpolation 하거나, Sampling 하거나, Remake(Cover) 하는 등의 기술에 당시의 음악 세계의 주류를 이끄는 뮤지션의 매력은 리스너들에게 이끌림이 있는 사운드로 분명 다가설 테니까요.
음악학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이런 시각은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노래'라고 하는 것들과 '소음'을 아마존 밀림의 원시 부족에게 들려주고 좋은 정도를 측정해 보았더니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학습'에 의하여 좋은 정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화성학 등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은 좋은 노래가 무엇인지 나름의 기준을 세워 놓고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전 곡에 익숙해진 리스너의 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노래는 듣는다는 것은 추억 속으로 들어가 '향수'(Nostelgia)를 즐기는 것인데, 누가 그 추억을 깨면 그리 좋을 리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향수보다 더 진한 '향수'(Perfume)를 풍겨야 하지 않을까요?
이전 보다 더 듣기 좋고 새로워야 한다. 이게 마지막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