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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석 Nov 18. 2018

행복은 성공 순이 아닌 우선 순위

공명정대(公明正大)


    멘토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강연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나도 강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을 듣다 보면 재미도 있고, 짧은 시간에 똑똑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나 스포츠 선수들도 자주 연사로 나와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성공이 있기까지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꾸준한 노력과 인내에 대해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강요하는 것에는 거부반응이 생긴다. 여러분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하거나, 성공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 지금 그렇게 나태하게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자는 접근 동기, 후자는 회피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노력해야 한다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요한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력과 성공.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그런 추상적이고 낡은 단어는 이제 그만 썼으면 한다. 노력과 성공은 자기가 정하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수치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스포츠를 하나의 인생으로 치환하여 설명한다. 비유적이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만 자칫하면 인생을 스포츠처럼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연습을 했을 것이며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참고 견뎌야 했을까? 나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려준다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엄청난 노력일 것이다. 그 부분은 반론의 여지 없이 인정하고 존경한다. 프로라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와 사회는 확연히 다르다. 운동선수들은 흔히 말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는 거짓말이 없다. 노력의 결과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거짓이 통하지 않을까? 그건 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지 않다. 기본기와 체력, 기술, 팀워크, 다양한 전술 전략. 승패를 결정짓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결국 룰 안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사회에는 룰이 없다. 배신과 거짓이 난무한다. 있다 하더라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룰 따위 가뿐히 무시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루하루가 예측 불가능이다. 어제 잘 나가던 사람이 오늘 쫓겨날 수도 있고, 오늘 잘 나가던 상품이 내일 망할 수도 있다. 일은 못하지만 사내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먼저 진급하기도 하고 나이 어린 상사가 낙하산 타고 뚝 떨어지기도 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외부보다 내부에 적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정치와 정책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하고,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의 성향이 바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도 하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생각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예측 불가능인 데다가 내가 어쩌지 못하는 외부 환경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력과 인내만으로 성공을 바라긴 힘들다.


    나도 남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부터 세상의 변화무쌍함에 휘둘리고 휩쓸려서 정신이 없었다. 큰 기대를 안고 입사한 첫 회사는 6개월 만에 공중분해가 되었다. 광고주의 부도로 회사가 줄도산해서 입사 2주 만에 퇴사한 적도 있었고, 잘 다니던 30년 전통의 광고회사가 하루아침에 폐업하여 졸지에 백수가 되기도 했다. 속기도 잘 속았다. 믿었던 사람의 사기로 수백만 원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고,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나 객원 에디터로 일하면서 받지 못한 돈도 수백만 원은 될 것이다. 다 내가 멍청한 탓이었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는 잘 풀릴 줄 알았다. 노력과 성실만으로는 사회에서 이용당하기 십상이었다. 성공은 열심히 사는 것과는 별개로 외부 상황과 환경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는 듯 보였다. 아무리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기대어 요행을 바라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각자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공에 대한 의미와 해석, 그리고 기준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성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위치의 사람들을 보니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었고,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실패 없이 한 번에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스타일이 많았다.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해 주변에 친구가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원하던 성공을 이루었으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만도 한데 욕망이나 두려움, 의심과 미움도 함께 있었다. 성공은 인정받는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아 보였다. 경제적으로는 윤택하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삶. 경제적으로 불안하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 어떤 것이 나을까? 물론 둘 다 얻을 수도 있고 혹은 그 둘의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둘 중 나의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남들이 말하는 엄청난 성공을 좇기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성공을 찾는 것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작은 행복의 연속이다. 하루의 행복이 하루의 성공이며, 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의 성공이 될 것이다. 돈 잘 벌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하면 좋겠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의 행복은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내일의 성공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니까. 성공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자유롭게 피어나기. 이것이 내가 내린 성공의 정의다.
- 게리 스펜스(미국의 저명한 변호사)



    청춘페스티벌에서 전 농구선수이자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서장훈은 작은 성공에 기뻐하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라고 했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은 다 뻥이며 오로지 스스로에게 냉정한 사람만이 이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의 의견이라 생각한다. 판단과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작은 성공을 이룰 때마다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다.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이 시대를 뚫고 앞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다. 스스로에게 냉정한 사람이 되기보다 스스로에게도, 모두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살면서 바라며 이루고 싶은 성공이다. 내가 정한 성공이니 롤모델도 필요 없고, 멘토도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나대로 살면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대로 잘 살고 있나요?”







공명정대 : 의 정의는 내가 확하게 하지 않으면 남이 정한 로 살 게 된다

세속적인 욕망이든 정신적인 행복이든 내 인생은 내가 정해야 남 탓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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