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그만 포장하지?”라는 말이 남긴 것들

by 스윗퍼시먼

솔직히 말하면

내 글이 한 번도 깔끔하고 편안한 적이 없었다.

좀 길고,

빙빙 돌리고,

예쁜 말로 둘러대는 버릇이 있었다.


사실 나도 안다.

그게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내가 쓰래드를 시작한 계기를 생각해본다.

아랫집 의사엄마가 맛집 블로그를 하는데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언니 사진 예쁜 거 올려요.

지금은 다른 거 좀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 “다른 거”는

내가 지지하던 후보의 사진이었다.


그때 꽤 뜨끔했다.

아, 여긴 내 마음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구나.

내가 뭘 좋아하고 누구를 응원하는지조차

사진 한 장이 불편함이 될 수 있구나.

그래서 쓰래드를 시작했다.

내 자존감을 한번 정면으로 마주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지지하는 걸,

내가 먼저 받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몇 달을 썼다.

말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문장도 자꾸 꼬이고,

감정이 터졌다가 식었다가 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나한테 솔직한 것 같아서.


그런데 어느 날,

나의 한 스친 사람이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어려워. 글 뱅뱅 돌려. 난해하게 쓰는 건 ㅋ”

화가 났다.

아니, 상처였다.

난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위선으로 보였나?


나는 참지 못했다.

그에게 이렇게 보냈다.

“너마 이해 못하네 항상. 널 위해 쓰는 거 아니니 그만 징징대.”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했다.

근데 그때는 너무 솔직했다.


그 후에 돌아온 답장은 더 직설적이었다.

“의도적으로 멋있지도 않은 글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역겨워서 그래. 글솜씨도 없는 게.”

솔직히?

나는 크게 웃었다.

정말로.

왜냐하면,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웃음이 났다.

나 진짜 포장 많이 한다.

글솜씨 없는 건 더 맞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글이 꼬이고,

감정이 너무 많아서 지저분하다.


근데 웃으면서도 좀 아팠다.

“역겨워.”

그 말은 너무 쎘다.

내가 그렇게까지 혐오스러운가?

내 진심이 그렇게 더러운가?


결국 우리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웃겨서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로 너무 솔직해져서 무너졌다.

내가 유치했고,

상대는 잔인했다.

결국엔 진심이 문제였다.

말을 포장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포장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생각하게 됐다.

나는 왜 이렇게 쓰나?

왜 이렇게 말하나?

왜 예쁜 말로 빙빙 돌리나?

사실은 상처 주기 싫어서다.

그리고 상처받기 싫어서.

글이라는 건 멋있는 말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도망가는 방식을 찾는 거였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쓰고 있다.

왜냐하면,

그게 내 방식이니까.

나는 빙빙 돌려 말한다.

포장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심도 있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뱅뱅 돌려서라도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못나 보여도 좋다.

읽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위한 글은 못 쓰니까.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글은 결국 나를 받아들이는 훈련이다.”

나는 아직도 훈련 중이다.

내 글이 난해하다고 욕을 먹어도,

포장한다고 비웃음을 들어도,

역겹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나는 쓰면서 나를 훈련한다.


그래서 오늘도 쓰려고 한다.

나를 포장하고,

벗기고,

또 포장하는 이 진부한 방식을.


혹시 내 글이 이해 안 된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내 잘못도 아니다.

그냥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진심을 다루는 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포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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