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나를 부끄럽게 할 때

by 스윗퍼시먼

며칠 전,
교육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돌아가며 한마디씩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꺼냈다.

그 말을 듣는데 내 안에서 뭔가가 훅 올라왔다.
애써 눈을 돌렸다.
“왜 이러나” 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눈물이 흘렀다.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나를 싫어할 때가 많다.
왜 이렇게 쉽게 울컥할까.
왜 이렇게 금방 흔들릴까.
왜 이성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마음이 먼저 반응할까.

사람들은 흔히 공감이 좋은 거라고 말한다.
따뜻한 거라고,
사람다운 거라고.

근데 공감은 그렇게 예쁘게만 오지 않았다.
내겐 너무 날것이었다.
누군가의 말이 내 마음을 파고들고,

그 사람의 고민이 내 것처럼 무겁게 눌러앉았다.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울음이 되어버렸다.

그게 너무 싫었다.
내가 너무 투명해서.
속마음이 다 보이는 사람 같아서.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아닌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한없이 서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말을 잘 못 골라도,
울음을 삼키려고 해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속에서 너무 정확하게 울렸다.
나도 비슷한 순간을 지나왔던 사람이라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 마음이 너무 또렷하게 느껴졌다.


교육을 만들어준 영산대학교 노찬용 이사장님이 사실 그런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멋진 이름을 달고,
AI도 배우고,
인문학도 배우고,
경제와 정치까지.
하지만 결국 그 자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우리 마음이 부대끼는 걸 숨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장학금으로,
좋은 강사로,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그날 그 뒷풀이 자리에서 나는 이사장님의 고민이 스치듯 보였다.
말로 다 안 해도 느껴졌다.
내 안에 있는 누군가가 그걸 너무 잘 알아들었다.
그리고 내 얼굴에서,
눈에서,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나는 생각한다.
공감은 사실 예쁜 게 아니다.
상처 난 마음이 다른 상처 난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거다.
그리고 감정이 다 흘러넘쳐서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나는 내 속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
웃으며 넘기려는 나,
분석하는 나,
그리고 너무 쉽게 아파하는 나.
사람이 말하는 걸 듣다가 그 속마음까지 들어버리는 나.

이제는 그걸 조금은 받아들이고 싶다.
서툴러도 좋다.
투명해도 좋다.
울컥해도 좋다.
내가 그렇게밖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조금은 인정하려고 한다.

공감이란 건 나를 지켜주는 벽을 허무는 일이다.
그래서 부끄럽고,
그래서 진짜 같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이야기에 울컥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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