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이야기하다가,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by 스윗퍼시먼

어제저녁 모임에서 우리는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가볍지 않았다.
우리 지역의 발전 이야기, 균형발전, 중심지 역할, 해운대가 가야 할 길.
나로서는 아주 중요한 주제였고, 오랫동안 내 속에서 쌓여 있던 생각들이었다.

대화는 평온하게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좀 더 뜨거워졌다.
서로의 입장을 나누는 게 아니라, 방어하고 설득하려는 순간이 찾아왔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표정이 굳어졌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이해한다”는 말보다는 “하지만”으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오갔다.



돌아보면, 그 순간 내 안의 본능이 발동했다.
나는 토론을 좋아한다.
설득하고 싶어 한다.
상대를 내 논리로 끌어오고 싶은 본능이 있다.
정치인이니까, 직업적으로 몸에 밴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제는 그것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왔던 것 같다.

“서로 입장이 다르니 당연히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 입장에서는 이 부분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해운대가 부산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다 같이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걱정.
나는 이 이야기를 너무 진심으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의 입장도 진심이었다는 거다.
상대방도 자신의 지역과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그걸 너무 잘 알았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에는 우리 둘 다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분위기는 살짝 차가워졌다.
서로 말끝이 무거워졌다.
헤어질 때는 인사했지만, 뭔가 가벼워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 와서 내내 곱씹었다.
‘왜 그렇게까지 말했지?’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상대 입장을 듣는 게 아니라 내 말을 이기려 했던 거 아닌가?’
‘상대가 기분 상했으면 어쩌지?’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낯설지는 않다.
나는 참 많이 싸워봤고, 또 많이 후회해 봤다.
의견이 다르다고 싸운 적도 많고,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다가 상처 준 적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너무 세게 말했다”는 걸 깨닫곤 했다.



그러던 중 밤늦게 상대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오늘 자리 귀한 자리였고, 혹시 말을 너무 한 건 아닌지... 오해 마시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보자마자 내 마음이 좀 풀어졌다.
‘아, 나만 찝찝했던 게 아니구나.’
‘그분도 같은 마음이었구나.’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그리고 고마웠다.
먼저 연락해 주는 용기, 그 배려.
나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저도 돌아오면서 혹시 제가 좀 세게 말했나 고민했다”며,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더 친근하다”라고.



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깨달았다.
우리는 둘 다 격렬했지만, 사실 그만큼 진심이었구나.
정치 이야기, 지역 이야기.
내가 쉽게 넘길 수 없는 주제였고,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나누었던 건 싸움이 아니라 솔직한 의견이었다.
다만, 그 솔직함이 날 것 그대로여서 서로 살짝 다쳤을 뿐이다.



이런 경험이 나를 자꾸 성찰하게 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내 입장을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인으로서 설득이란 게 뭐지?’



나는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다.

첫째, 내 생각을 밝히되, 상대의 생각도 진심으로 들어주자.
“그건 틀렸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둘째, 목소리가 높아질 때 잠시 멈추자.
내가 이기려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자.
셋째, 대화가 끝나고 나면 먼저 마음을 전하자.
“오늘 이야기 좋았어요. 혹시 제가 불편했다면 미안해요.”
이 한 문장이 관계를 살린다.
어제 내가 경험한 그대로다.
상대가 먼저 건넨 그 한 문장 덕분에 우리는 다시 편해졌다.



사실 나는 정치인으로서 이런 갈등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의견 충돌 없이 합의는 없다.
문제의식을 숨기면 해결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가면 설득은 없다.
정치는 설득의 예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운다.
‘나는 설득하는 사람이지, 이기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걸.



어젯밤 내내 머릿속이 무겁더니, 오늘은 조금 가벼워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입장이 다르니 더 얘기해야 한다.
다만, 마음은 더 부드럽게.
목소리는 더 낮게.
그리고 상대의 진심을 듣는 귀를 잃지 않게.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내가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 다 비슷하구나” 하고 위로가 되길 바라서다.



오늘 밤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다음번에도 분명히 목소리가 올라갈 것이다.
그땐 한 번 더 생각하자.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넘어서,
상대가 듣고 싶은 걸 생각해 보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누군가와 마음이 격해졌던 경험이 있다면
부디 나누어 주세요.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조금씩 부드러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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