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인데 두 자릿수 덧셈 못하면 따라갈 수 없어요.

by 스윗퍼시먼


7세 고시?


어제 나는 늦둥이 사고력 수학 상담을 받으러 갔다.

사실 한참을 망설였다.
“아직 한글도 완벽히 다 안 읽는데 뭘…”
“너무 빠른 거 아닌가…”

하지만 요즘 주변에서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따라가기 힘들다”
“선행이 기본이다”
이런 얘기를 너무 자주 들었다.

나는 나대로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불안해졌지?

그러다 그냥 같은 건물 한 층 위였던 게 화근이었다.
예고도 없이 가볍게 올라가서 과정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자 했다.
이상하게 조용했다.

“안 계세요?”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날이 쉬는 날인지도 몰랐다.
나는 두리번거렸다.

결국 원장님이 나왔다.
좀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상담을 해주셨다.

그리고 아주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 원의 사고력 수학은 기본적으로 입학자격시험이라도 보려면 최소 두 자릿수 덧셈은 돼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론
“아니… 한글도 더듬더듬 읽는데…”
“그럼 우리는 여기서 상담만으로 탈락이네?”
이 생각이 들었다.

그 원장님은 말을 이어갔다.
“사실 비슷한 다른 학원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저희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나는 웃으며
“아 그렇군요…” 했지만
솔직히 좀 상했다.

내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입학 자격 미달 판정을 받고 나오는 기분?

그 원장님은 또 자기 쌍둥이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 대치동 학업 분위기와 더불어

입시에서의 지역격차 말이다.
“부산이 너무 늦어요. 그 격차를 알아야 해요.
그래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요.”

그 순간 나는 말을 막고 싶었다.

“최선이 선행이란 뜻이세요?”
“우리 아이는 다른 속도로 배우면 안 돼요?”
“왜 그렇게 확신하세요?”

하지만 꾹 참았다.
제 발로 상담실에 들어온 사람의 예의였고
내가 스스로 묻고 싶었으니까.
“혹시 내가 틀린 건 아닐까.”

나오면서
마음이 이상했다.


“이건 아닌데…”
“근데 나도 자신이 없다…”
“내가 안심하려고 온 건데 더 불안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 불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내가 안달 나면 애도 불안하다.
내가 꿋꿋하면 애도 한 발 늦더라도 편안하다.


그날 상담실에서 들은 말은
나를 평가한 말이기도 하고,
나를 설득한 말이기도 했다.

내가 무너질 뻔했다.
“우리 애가 너무 느린 거 아닐까?”
“나도 준비가 부족한 엄마 아닐까?”


근데 집에 돌아와서 아이를 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언맨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장난감을 늘어놓고,
“엄마 이거 봐!”
반짝이는 눈으로 웃었다.

나는 그냥 앉아
그 장난감을 같이 들여다봤다.
오늘 수학 문제는 이거다.
“엄마 이게 좋아? 이게 좋아?”
“왜?”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그날 밤 나는 내 욕심을 조금 내려놨다.
그리고 혼자 다짐했다.
“우리 아이가 늦더라도, 나만큼 불안하지 않게 키우자.”

상담실에서 들은 말이
아직도 맴돈다.


“지금 두 자릿수 덧셈은 기본으로 돼야 해요.”
“서울 대치동과 격차를 이해해야 해요.”


하지만 나는 내 마음에 이렇게 적어둔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엄마가 급하면 아이는 무너진다.”
“오늘은 오늘만 잘 살자.”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내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내 불안을 위한 선택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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