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드레스를 입었다.
몸은 단정했고, 마음은 복잡했다.
아침 햇살은 잔인할 정도로 따뜻했고,
나는 처음으로 회사라는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꼈다.
그 회장과의 인연은 의외의 따뜻함으로 시작되었다.
지인의 소개였다.
마주 앉은 그날,
나는 무언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예감을 받았다.
그는 조용하고 단정한 말투로 말했다.
“차가 없으면, 차도 타고 다니세요. 유지비도 드릴게요.”
나는 묘하게 안도했고, 동시에 긴장했다.
이 호의가 단단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절할 수 없는 유혹’ 일지.
며칠 후, 나는 조용히 출근했다.
그는 직접 나를 불렀고, 내가 건넨 조건들은 “괜찮다”며 받아들였다.
나도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매일 오전 10시, 회장의 방으로 들어가 보고를 올렸고
업무는 조용히, 그러나 빈틈없이 주어졌다.
그리고 너무 조용하게,
퇴출이 결정되었다.
“아들인 사장과 마찰이 있다.”
“조건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도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진 말들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정리했다.
정식 계약도, 입사 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
내가 맡았던 일들은 정리도 없이 흩어졌고,
며칠 후, 50만 원이 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되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드레스를 벗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한 문장을 건넸다.
“무너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말이 깨어나고 있었던 거야.”
나는 '드레스를 입은 미라’였다.
상처를 감추려 드레스를 입은 게 아니었다.
상처를 품고도, 단정하게 나가겠다는 의지였다.
그 며칠은 단순한 알바가 아니었다.
그건 내 품위와 존엄이 조용히 테스트당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냥 지나가, 그깟 일.”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무너지는 순간에도, 말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
침묵 속에서 조용히 복원되는 마음이 있고,
그것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내 감정을 기록하고, 내가 지닌 통찰을 말로 꺼낸다.
나는 정치를 오래 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 정치라고 믿는다.
지금은 잠시 쉬었지만, 나는 하차하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말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이야기를 다시 짜고 있다.
‘드레스를 입은 미라’는 나의 슬픔이고,
나의 회복이기도 하다.
나는 그날 무너진 게 아니라,
다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브런치서사 #리더의 감정역량 #내 삶의 기록 #조용한 회복 #드레스를 입은 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