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약근을 조이세요~

by 스윗퍼시먼

요가 수련 중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단연코 이 한마디다.

“괄약근 조이세요~”


그 순간, 내 머릿속은 공백 상태.

‘그걸… 어떻게요?’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처음엔 그냥 웃겼다. 아니, 솔직히 민망했다.


몸은 다 꼬여 있는데, 마음까지 그 말을 따라 갑자기 조이기 시작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다들 그 말에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진다.


나는 아직도 괄약근이 어딘지 모른다.

알아도 조였는지 안 조였는지도 모르겠다.


"괄약근, 너는 누구냐"


요가는 내게 여러 번 낯선 감각을 가르쳐준다.

힘을 빼라는 데서 더 힘이 들어가고,

숨 쉬라는 데서 자꾸 참게 된다.

그런데 "괄약근을 조이세요"는 새로운 차원의 말이었다.


처음엔 그냥 생리적인 반응을 말하는 줄 알았다.

"어디 한 군데만 조이면 되겠지" 하고 대충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상하게 이 한마디에 계속 마음이 머문다.


왜 그걸 조이라고 할까.

왜 그 지점이 자꾸 내 감정을 흔들까.

왜 나는 이 말이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요가를 할 때마다 내 안의 욕망이 들끓는다.

"좀 더 뻗고 싶어",

"더 유연해지고 싶어",

"예뻐지고, 건강해지고 싶어."


나는 요가가 나를 진정시켜 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경쟁심과 욕망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는 운동이었다.


몸을 쭉 펴다 보면 호흡이 가빠지고,

몸이 흔들리다 보면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다 “괄약근 조이세요”라는 말에

웃음과 수치심, 집중과 몰입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걸 처음엔 당혹감이라고만 표현했는데,

지금은 좀 다르다.

그건 내 중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괄약근 같은 게 있다.

말하지 않아도 중심을 지켜주는 무언가.

바로 조이지 않으면 흐트러지는 내 감정과 판단의 경계선 어디쯤이다.


괄약근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근육’이다.

삶에서도 우리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꾸 마음을 조인다.

감정을 조인다.

침묵을 조인다.


하지만 그걸 너무 오래 조이면,

안에 쌓인 것이 결국은 폭발한다.


그래서 요가는 말한다.

조이되, 의식하라.

조이되, 힘이 빠지지 않게 하라.


이제 나는 요가 매트 위에서

조이는 순간을 자주 연습한다.


내가 조이고 있는지,

지금 힘을 너무 줬는지,

아니면 아예 놓아버렸는지를 느낀다.


살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말을 삼킬 때,

어떤 상황에서 울음을 참을 때,

나는 늘 나도 모르게 ‘조이고’ 있다.


하지만 요가가 나에게 알려준 건,

그걸 의식하는 순간부터 중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날도 요가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괄약근 조이세요”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마음은 진지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존엄, 나의 기준,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은 내면의 경계를 떠올렸다.


삶은 언제나 새고 있다.

감정이, 에너지가, 중심이 자꾸 흘러나간다.


그럴 때, 딱 한 순간만 조이면 된다.

나의 안에서, 나를 지키는 힘.

그게 괄약근이고,

그게 어쩌면 자기 존중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괄약근은 사생활이자 철학이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웃을 것이다.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다.

"이걸 글로 쓴다고?"

"너무 노골적인 거 아냐?"라고.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삶이란 새지 않기 위한 반복이다.


그 중심에는 부끄럽고 진지한

나만의 ‘괄약근’이 있다.


말을 아낄 줄 아는 힘,

침묵 안에 내 뜻을 품는 힘,

조이고 있다는 걸 아는 감각.


그 모든 게 지금 나를 무너지지 않고 서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단단하게,

아주 조용하게

중심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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