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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과 안정 May 27. 2016

전문연구요원 폐지 논란에 가려진 근본적인 문제

국방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때는 5월 16일, 어느 때와같이 평화롭게 연구를 마치고 퇴근하던 날,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한다는 청전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나는 이미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지만, 주변에다른 후배들은 국내 대학원에서 대체복무 하는 것을 재고하는 것을 생각할 정도로 큰 파장을 가져다 주었다. 전문연구요원폐지와 관련된 뉴스 댓글을 보면 “전문연구요원을 없애면 두뇌 유출 가속화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발전에저해가 올 것이다.” 라고 반응하는 부류와 (주로 과학기술계) “이공계 너네들만 전문연구요원 제도로 특혜 보냐, 너네도 국방의의무를 다해야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반응하는 부류로 나뉜다. 본인도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이지만,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전문연구요원과 관련된 정보 및 각 부류의 입장(국방부, 과학기술계)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



1.    전문연구요원 실시 배경

1973년에 “고급 기술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경력의 단절을 없애국가 과학기술 발전과 학문 발전에 기여하자” 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매해 선발 규모는 2천 5백여명 정도이다.



2.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

최근에 발생한 전문연구요원 폐지와 관련된 진행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겠다고 한 내용이 매일 경제 신문을 통해 퍼졌다.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2019년에 폐지, 산업기능요원:2023년에 폐지)


    2)    과학기술계에서 크게 반발하였다.

           (전국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에서 공동대응하기로 하였고, 전문연구요원 폐지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하였다.)


    3)    국방부에서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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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방부의 입장

 국방부에서는 2020년 이후에 병력수급에 어려움에 부딪쳐 계획했던 인력보다 2~3만명정도 부족하다. 따라서,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산업기능요원과 의경이 포함되어 있는 전환복무 인력을 현역으로 전환하여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2020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10만명 정도 병력을 줄인 상태로 군대를 운영하려고 한다.

는 국방부의 계획이다. 즉, 2020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10만명을 줄인 규모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병력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어렵다고 예측되기 때문에”) 국방부에서는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인력을 현역 자원으로 투입하려는 것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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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학기술계의 입장


 과학기술계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면 두뇌 유출과 경력 단절로 인하여 국가의 과학경쟁력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해외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연구를 하면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우수한 학생들을 국내 대학원에 진학시키는 유인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공계는학문의 특성상 한 번 공부(연구)가 끊긴 뒤에 다시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연구요원과 같은 제도를 통해 경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연구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의 경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된다면, 유학과 국내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은 유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군복무를 마치고 취업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연구인력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5.    대안은 없을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군복무가 의무인 이스라엘을 살펴보자.


이스라엘은 “탈피오트 ”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엄선된 이공계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국방에 기여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

 탈피오트에 선발된 학생들은 3년 동안 전공 교육을 받은 뒤, 원하는 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한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 중 대부분 벤처기업가로 일하면서IT 분야를 선도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탈피오트 제도를 벤치마킹한 “과학기술 전문사관” 선발하기 시작하였으며, 2014년에는 과학기술특성화대(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에서 20명정도 선발하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하게 하였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교수사관”이라는제도가 있으며(선발 인원은 많지 않다.), 석사 학위 이상을소지한 사람들이 사관학교에 부임하여 생도를 가르치면서 전공분야 연구도 할 수 있다. (선발 시기가 불규칙하고 선발 인원이 많지 않다.)


*관련 기사*

한국식 '탈피오트制'…軍 '과학기술 전문사관' 선발



6.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은 아래와 같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연구요원의 존폐에 대한 논의보다 국방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더 중요하다.국방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전문연구요원 존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국방부는 2020년 이후에 병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니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인원을 현역 자원으로 투입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과학기술계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면 과학경쟁력이 떨어지니 폐지에 반대하였고, 지금도 뉴스와 댓글을 보면 전문연구요원 폐지와 유지(존폐)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하나의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모두가 논의해야 되는 진짜 문제가 가려졌다. 어떤 문제가 가려졌는 지 파악하려면, 국방부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폐지하려고 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지금과 같은 군대 시스템에서는 2020년 이후에 병력 수급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문연구요원을 비롯한 다른 복무제도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즉, "지금과 같은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제로 인하여 국방부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을 비롯한 병역 특례를 폐지하려고 한다.


 만약 과학기술계의 강력한 반대로 인하여 전문연구요원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국방부에서 제기한 병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방부는 병력 부족 문제로 인하여 전문연구요원 폐지를 다시 주장할 것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번에는 국방과 관련된 논의 (지금과 같은 병력 규모가 필요한가? 다른 대안(시스템)은 없는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방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국방 시스템의 전면적인 수정을 통해 여유 인원이 많이 늘어난다면 병역 특례는 자연스럽게 유지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글을 마치기 전에

   아래의 질문(글과 무관한...)을 던지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1)  2020년 이후에 국방부가  계획한 병력을 꼭 유지해야 되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2)  전문연구요원 복무자가 "정말로" 국방에 기여하고 있는가?

         - 국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복무기간 동안 국방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술을 해결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

         -"모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국방력과 연결이 된다는 논리로는 전문연구요원을 정당화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 논리로 밀어붙인다면 "심리학 연구를 통해 얻은 연구결과가 군사들의 심리 파악 및 치료에 도움이 되서, 결과적으로 국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하고, 그렇게 되면 이공계만 "대체복무"라는 특혜를 받아야 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3)    형평성을 위해 이공계 외에  다른 전공자에게도 전문연구요원과 비슷한 특례를 줘야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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