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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과 안정 Jun 15. 2016

책의 정신을 읽고

고전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분들에게

 때는 2013년, 저에게 조언을 해 주던 지인이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라는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하였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서(리딩)을 통해 세상을 리드하라’ 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책을 읽어보면 ‘위대한 사람들은 인문고전을 읽음으로써 성공을 거뒀으니 여러분도 사회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여러 부분이 어이가없었지만 (고전을 읽어도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을 텐데, 고전을 읽고 잘 된 사람들의 일부 사례를 통해 고전을 읽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한 점.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책 뒷부분에 있는 “인문고전독서 단계별 추천도서” 였는데, 그 양이 말도 안 되게 많았다. ‘순수이성비판’ 같은 고전 한 권을 1년 내내 읽어도 제대로 못 읽을 판에 16권을 읽으라니! 추천한 대로 책을 다 읽으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둬야 될 것 같았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만큼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예전부터 고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없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을 떠나 '고전’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 바탕에는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를 주는 책, 오랜 세월 동안 철저한 검증을 거친 책이다." 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던 와중에, 최근에 읽은 ‘책의 정신’은 이러한 내 생각을 의심하게 만들어 주었다.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고전은 그 당시에 많이 읽히지 않았다.


- 프랑스 혁명 당시, 장 자크 루소가 쓴 <사회계약론>은 거의 읽히지 않았고, 오히려 포르노그래피가 프랑스 혁명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 코페르니쿠스의 저서나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내용이 어려워서 그 당시에 많이 읽히지 않았고, 해당 책들의 요약본이나 해설서가 더 많이 읽혔다.


   2. 고전은 당시 정치, 사회와 타협하면서 살아남았다.


- <논어>는 그 당시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살아남았다.

- 본성과 양육에 대한 연구는 객관성이 결여된 채, 연구자(정치세력)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본성과 양육에 대한 여러책이 쓰여졌다.

- 과거에 권력세력과 사상이 맞지 않는 책들은 불타서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분서갱유)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도 찾아볼 수 있다.




고전도 의심하면서 읽어야 한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고전은 전혀 쓸모 없어”는 아닌 거 같고 “고전도 우리가 모르는 안 좋은 점을 가지고 있으니 의심하면서 읽어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전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제안한 이 책의 주장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관점이라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 학살당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책의 정신’은 오랫동안 살아남아 ‘고전을 의심하는 진정한 고전'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편견은 또 다른 편견을 접합으로써 해소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편견을 접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도 '고전은 위대하고 가치가 있다.'라는 편견에 맞서 '고전도 의심하며 읽어야 한다.'라는 다른 편견을 제공해 주고 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듯이, 우리가 균형잡힌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연예인들과 관련된 루머가 터졌을 때 기사나 한 쪽 말만 듣고 묻어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당사자의 말은 제대로 들을 생각도 없이)만약, 특정한 인물이나 책에 대한 편향된 의견이 떠 돈다면, 자연스레 다른 관점의 의견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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