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아는 것이 꼭 좋은 것인가?
** 이 글은 한병철 작가의 '투명사회'를 읽고 제가 생각한 투명사회를 정리한 글입니다.
** 제가 쓴 글 중 일부는 '투명사회'와 다른 부분도 있으니 '투명사회'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투명사회'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투명사회의 책 내용을 다루기 전에 현 사회에서 “투명”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뉴스를 보면, “투명성을 높인다.”라는 표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이나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숨겨지는 정보가 없이 다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1, 2] 뿐만아니라, 연예인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투명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3]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는 “투명”이라는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불투명”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경영권 다툼을벌이고 있는 롯데 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롯데호텔”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고, 이러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명사회의 저자 한병철은“투명성”은 절대적 진리 혹은 절대선이 아닌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이데올로기에 단점이 존재하듯 “투명성”이라는 이데올로기에도 단점이 있으며, 이는 서로가 서로를 “자발적으로” 감시하게 되는 “통제사회”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공공위탁 대해부 ⑫·끝]“공개경쟁 도입해 투명성 확보해야”
2 경산시 지방보조금 지원 투명성 높인다
3 김지원, 화이트 원피스 입고투명피부 과시 '물오른 미모'
4 [뉴스해설] 롯데, 지배구조 투명성 높여야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고, 이를 획일화한다.
투명사회에서는 타자의 모든것을 “투명하게” 보려고 하며, 투명사회에서는 특정한 주체의 내면(이면)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은 (연출되지않은) 내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에 대한 예시로, 유명한 연예인이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기부를 많이 한 사실이 “뉴스를통해 드러날 때” 사람들은 그 연예인의 “드러난” 내면에 대해 환호하고, 뉴스 기사가 없을 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 PR의시대라고 해서,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 앞에서 스스로 드러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명사회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바깥으로 드러난 것”들을 돈으로 평가하게 되어 모든 것들은 높거나혹은 낮은, “상대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투명사회에서 타자의 모든 것을“투명하게”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수동적으로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 중요한데, 수동적으로 압력을 준다는 뜻은 내가 타자로 하여금 나와 같아지게 만들기 위해 직접과 말과 행동을 하는 등의노력을 하지 않아도 타자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압력을 느낀다는 뜻이다. 즉, 타자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같아지려는 압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다수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의견이 다른 소수는 의견을다수와 같게 바꾸라는 사회적 압력을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상황의 힘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는데, 선 A와 B와 C중에서 가장 긴 선을 고르라고 했을 때 10명 중에 9명이 두 번째로 긴 선 B를 고르면,마지막 사람도 제일 긴 선 A를 고르지 못하고 두 번째로 긴 선 B를 고르게 된다.)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간다.
“의견을 획일화시키는” 힘은 정보(의견도 포함)의빠른 확산에 큰 기여를 한다. “획일화”의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정보의 유형에 따라 어떠한 반응을 보이면서,정보를 재생산해야 되는 지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를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안부할머니에 대해서 일본 측이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았다는 기사를 접하면, 우리는 십중팔구 일본에 대한 욕을하면서, 해당 기사를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 A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되었다는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기사를 접하게 되면, 우선 연예인 A에 대한 욕, 혹은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기사를 공유하거나 퍼뜨릴것이다. 반면에, 예상과 다른 의견은 반대나 무관심으로 자연스레 퍼지지 않게 된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보상을 받기 전에, 우리가 월남전에서 베트남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반성해보자. [5] '연예인A가 성폭행혐의가 입증되기까지 기다려보자.’ 라는 내용은 별로 공유되지 않을 것이다. 즉, 의견이 획일화된 투명사회에서는, 특정한 정보들만 선택되어 빠르게 퍼져나간다.
5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들이 증언한다.
통제사회가 만들어진다.
(한사회 안에서 다양한 통제사회가 만들어진다.)
통제 사회는 투명화와 획일화 그리고 정보의 확산이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새로운 이슈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투명성의 과정을 통해 각자의 의견들을 내놓게 된다. 모든 이슈에서 그렇듯,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으로 나뉘게 되고, 소수는 다수에 의해 의견을 바꾸라는 압력을 받는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여기서, 다수가 소수를 압도할 만큼 많은 경우, 소수의 의견은 반박과 무관심을 통해 재 소통되지 않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접해보지도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거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여론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바꿀 것을 강요당하는 통제사회가 완성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될 점이 있다. 압도당한 소수들끼리 뭉치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뭉친 소수들이 기존의 통제사회와는 다른 통제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베도 특정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하나의 투명사회가 될 수 있다.) 다른 사회가 아닌 “다른 통제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뭉친 소수들도 그들이 만든 사회 안에서획일화의 과정을 거쳐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소수를 걸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소수의 의견을 갖게만드는 방법 외에 다른 소수를 통제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도 해당 통제사회의 획일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걸러진 소수는 또 다시 그들만의 “통제 사회”를 만들 수있고 이런 식으로 하나의 사회 안에서 수 많은 통제사회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추구하는 바와 지향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 주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포용하지 않는 것이다.”
투명사회에서는 획일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였는데, 사실 획일화된 주류를 거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갖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책 “미움받을 용기”가 오랫동안 사랑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주류의 흐름에 대항하여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하는 개인때문에 획일화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각자는 “미움받을 용기”를 품고 있지만, 타인의 “미움받을용기”는 존중해주지 못하는 사회 때문에 획일화가 되는 것일까? (사회에서 색 다른 의견을 접했을 때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존중해주지 않는” 대신 “존중해주지 못하는” 이라는표현을 사용했다.)
이글에서, 획일화의 과정을 통해 그렇지 않은 소수의 의견은 재생산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재생산되지 않은 소수의 의견을 찾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재생산되지 않았더라도 인터넷에 작성된 글이라면 어딘가에는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