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1.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말했다.
"난... 단지 난 내가 당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 이기심이 아니라 진심으로 당신을 위한 배려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을 더 알고 이해하고 싶을 뿐인걸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여자는 대답했다.
"당신의 호의는 순수해요. 하지만 그건 어리석어요. 아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요. 1센티 1미리 조차.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에요."
여자는 흔들리는 버들강아지를 바라보며 이어갔다. 바보 같은 이 남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당신은 버들강아지나 민들레의 입장을 이해해요?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꺾었을 그들도 감정과 생각이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무엇을 위해 그렇게 흔들리는지, 씨앗을 흩뿌리는지 결코 알 수 없어요."
여자는 지난날을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리석었다. 이 남자는 그런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 실은, 스스로 다시 상처 입게 될까 두려운 것일지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이라는 같은 종으로 묶여있을 뿐 우리는 완전히 다른 개체죠. 우린 종종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에요. 단지 말이 통하고, 같은 종이기 때문에 느끼는 착각. 사실 당신의 부모님, 당신의 친구들보다 당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이 당신을 더 잘 이해할지도 몰라요. 아니 당신의 눈치를 살피는 길냥이가 가장 당신을 잘 알지도 모르죠. 단지 우리는 말이 통하고 같은 종이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착각하는 거예요."
여자는 아파트 입구에서 자신을 항상 피하는 고양이를 생각한다. 자신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저 고양이는 내가 무서운가 보다. 어쩌면 그 고양이가 나를 더 잘 알지도 모르지. 내 안에 숨은 공격성이 고양이를 위협할 수 도 있지. 나는 스스로 그런 공격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니까.
"당신이 내 입장에서 나를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에요. 당신의 배려와 노력이 난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니까. 상대를 이해하는 배려란 애초에 불가능해요."
남자는 당혹스럽다. 나는 당신을 알고 싶을 뿐인데. 당신을 모르기 때문에 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약함이라던지, 어두운 부분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모르기에 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당신을 알고 싶다.
"그래요. 내 호의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잘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말로 거절하지 마요. 내 작은 호의를 거절하면서 마치 그것이 보편적인 일인 것처럼, 큰 진리인양 말하지 말아요. 그냥 나의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는 말로 충분하잖아요."
여자는 미안했다. 그 남자가 싫어서, 그 호의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글쎄 뭐랄까. 저 남자를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남자는 여자의 말을 끊었다. 여자는 남자가 평소의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긴 그 남자의 평소 모습을 내가 그리 잘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그렇게 길고 구차하게 거절하지 않아도 알아요. 마치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해서 당신의 거절이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러지 마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준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서 당신이 꼭 날 사랑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거니까. 하지만 당신이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누구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요. 그건 너무 서글픈 일이잖아요? 내가 아니더라도 당신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지금은 아니더라도 당신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 거예요."
여자는 남자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과정이 두려웠다. 그래서 누구도 이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그것은 이해를 넘어선 것이다.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이해한 척할 수도 있으니까. 여자는 그것이 훨씬 쉽다고 생각했다. 결국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기며.
"그래요. 날 이해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내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있겠죠. 그것은 바람일 뿐이지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남자는 여자가 좋았다. 그래서 고집스러움조차 좋았다. 아니 그 고집스러움이 좋은 걸까. 여자는 자신에게 결코 한 번도 져주지 않으리라.
"하하하. 못 당하겠군요. 하지만 이것은 기억해줬으면 좋겠네요. 당신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여기 있어요. 당신도 나를 이해하길 바라는 사람도 여기 있어요. 당신 말처럼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걸 바라는 사람이 여기 있어요. 당신이 부담스럽다고 했으니 기다릴게요. 언젠가 당신이 내게 투정을 부리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을 꼭 보고 싶네요."
하지만 남자는 결국 자신이 이기리라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이 일만큼은 내가 이길 것이다. 여자의 투정이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 아니 이기지 못하면 또 어떠랴? 그녀는 이렇게도 사랑스러운데.
"나는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시도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아요. 어차피 이해받지 못할 텐데 그런 투정을 해서 뭐 하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투정입니다. 나를 이해해달라고 떼쓰고 있으면서 왜 안 그런 사람처럼 이야기한담. 남자는 미소 지었다.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선언하기로 한다. 여자와 대화하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으니까.
"좋네요. 난 언제나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길 좋아하고 또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누가 맞는지 한 번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