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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Aug 06. 2021

호의를 표현하는 첫 번째 방법

단편 소설 2.

"사랑이란 게 뭘까요?"


그녀 답지 않은 물음이다. 아니 최소한, 여자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이 남자에게 물어선 안되었다.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걸까.


"사랑이란 용인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작은 균열. 남자는 여자가 틈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용인? 왜 사랑이 용인이죠?"


남자는 생각했다. 누구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함에도 헤어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왜 헤어져야 했는가.


"사랑이 깨지는 순간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순간도 되지만 대부분은 사랑하지만 어떤 걸 견뎌낼 수 없을 때 깨지는 거 같아서요."


"아... "


그랬을까. 서로 견뎌낼 수 없었던 걸까. 아니 내가 견뎌낼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부족하다. 그리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한 것 같아요."


"어째서 그렇죠?"


여자는 선언했다.


"싫어하는 걸 견뎌 낼 수 있다고 사랑은 아니니까."


여자에게 싫은 것을 견뎌내는 것이 사랑이 아니었다.


"음...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랑은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것이라고."


남자는 속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곁에 있는 것일 것.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곁에 있어주는 것. 지금처럼.


"에이ㅡ 그건 말이 안 되죠. 그럼 짝사랑이 최고의 사랑이게요?"


"짝사랑은 가장 완벽한 사랑이란 말도 있어요."


자신은 지금 완벽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여자는 괜한 심술이 부리고 싶어 졌다.


"아하하하하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그렇담 난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래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것도 하나도 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럼 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겠네?"


남자는 여자의 투정에 기가 찼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어딨어요."


"..."


"진짜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


남자는 대답이 없는 여자에게 문뜩 입맞춤을 하고 싶어 졌다. 이런 점까지 사랑스럽다. 하지만 오히려 화가 난 것처럼 말한다.


"이봐, 무관심은 사랑이 아니라고!"


"..."


여자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남자가 졌다고 말해야 한다.


"하아~ 제가 졌어요."


여자는 남자의 항복 선언이 좋았다. 즐거웠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아니 실은,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사랑이 뭔데요?"


남자는 생각했다. 이 억지를 받아주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 이게 사랑이지 뭐람?"


여자는 얼이 빠졌다.


"... 네?"


남자는 여자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챘지만, 민망해하도록 두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남자의 판정승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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