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IT이야기
커뮤장애자가 이야기하는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IT이야기
1. 글쓰니 힝맨은 실패한 기획자
스물다섯 IT에 발을 딛다.
법학은 선(善)함과 좋음이 아니라, 정의, 그리고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좌절했다. 정의, 권리와 의무는 역지사지, 배려라는 말과는 다른 것임을 알게됐기 때문이었다.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기는 했지만, 논리적으로 짜맞춰진 공평한 세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젊은 법학도는 IT로, 스타트업으로 외도를 택했다. 학생들에게 꿈을 이루어주는 다이어리를 만들겠다는 꽤나 그럴듯한 목표를 가지고.
그리고 지금 서른여섯.
자신의 길도 제대로 찾지 못했던 풋내기 법학도는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했고, 당연하게도 성공보다는 실패와 친했다. 외도 끝 수많은 프로젝트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흘러 젊은 법학도는 자기 연민에 빠진 구제할 길이 없는 12년 차 기획자, 자신의 높은 이상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시간들을 넘어 사람인이라는 IT기업에서 기획자로 살고 있다.
2. 커뮤 장애자로, 글을 쓴다
사람인에 들어오면서 한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극단적인 내향형의 사람인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
저는 많은 글을 쓰겠노라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면접관이셨던 분들은 실패로 가득한 경력이나 내세울 것 없는 포트폴리오보다 저의 글들에 관심을 가지고 입사제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사내에서 구글 문서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장애자가 세상과,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 할 수 있겠죠.
3. 브런치는 낙서장이 아니야
그렇게 회사에서 첫 글을 쓴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시용기간도 다 지나 이제 사람인 소속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내에 적어온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열한 편의 글이 써졌습니다.
회사분들께서 브런치에 써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구글 문서만으로는 아깝다고 해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이미 해보았고, 떨어졌었습니다. 싸이월드, 에버노트,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 스토리... 실은 꽤 많은 매체에 수 천 편의 글을 써왔습니다. 그중에 스스로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던 글들로 작가 신청을 해보았습니다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제 글이 좋다고 말해주시는 분들과 떨어진 현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결론은 단순합니다. 커뮤 장애자답게 수 천편의 글들이 모두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감정의 배설물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읽는 사람에게 읽는 맛이 있는 글을 브런치에 써보고 싶습니다.
4. 실은 경박스러워요!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시작했습니다만, 저는 사실 매우 가볍고 경박스러운 사람입니다. (오락가락해!) 가볍고 경박스러워 많은 실수를 저지르기에 조심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성향 자체가 시시콜콜하달까요.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길고 장황하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을 가볍고 시시콜콜하게 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자신만 가볍고 시시콜콜하다고 생각함.)
5. 무엇을 시시콜콜하게 떠들까?
유튜버 이승국을 인터뷰한 일이 있습니다. 자신은 영화 유튜버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승국 쇼라고.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알려지기 쉽고, 채널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승국 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가장 인상이 깊었고 어쩌면 지금도 제게 영향을 주고 있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특별히 주제를 선정하고 않고, 소소하게 어젯밤 만 원어치 참외를 산 이야기라거나, 지난밤 꿈에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습니다만.
너무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다 보니 이승국 씨와는 다르게 주로 이야기하게 될 장르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하여 제목이 시시콜콜한 IT 이야기입니다. 더 정확히는 IT와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거 같아요.
6. 거참 이 양반아 소소하게 갑시다 소소하게!
처음 시작한다는 뽕이 차올라서 김칫국을 거하게 마시고 시작하는 바람에 길고 지루해졌네요!
그냥,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