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함께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이 시간은 제법 쓸쓸하고 허무하다. 이 기분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으며 꾀나 소모적이고 피로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 또한 내 것이기에 쉽게 버리거나 잊기가 쉽지 않다. 품고 가야지, 어쩌겠어. 품다 따뜻해지면 알아서 녹아 없어지겠거니 하는 거지.
2020년 처음 건강검진을 받고 '위'의 좋지 못한 상태를 알게 되고 양배추즙을 쉬지 않고 먹었다. 그렇게 2년을 먹고 다시 받게 된 2022년 건강검진 결과는 또다시 처참했고 나아진 것 없는 나의 위에 원망과 미움을 주고 가열차게 2년을 더 먹었더랬지. 4년을 먹고 난 뒤 2024년 올해 기대를 품고 내시경을 받게 되었다.
결과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양배추즙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오기로 더 먹어야 할지, 생양배추를 갈아 마셔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는 중에 드는 생각은.
'이거라도 먹었으니 이 정도 유지 되는 건가...?'
순간 양배추즙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최면에 걸린 듯 양배추즙을 주문하기 위해 알아보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즈음. 병원에서 피검사결과 중 좋지 못한 게 있다며 방문하라고 했다.
주문이고 뭐고 덜컥-겁이 나기 시작했다. 놀란 마음에 병원을 방문하고 담당 선생님과 면담을 시작했다.
위와 대장 조직검사 결과 큰 문제는 발견된 거 없고, 대신 약을 드시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했다.
그리고 피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 이상이라...
"제가 술은 어쩌가 가끔 마시고 담배는 안 피우고요...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을 빼시는 게..."
"아! 그리고 제가..."
양배추즙을 4년 먹었거든요!
"그건 어디까지나 민간요법이니... 그만 드셔도 될 것 같아요. 탄수화물을 줄이시는 게..."
하소연하듯 질문을 쏟아부었으나 답변은 탄수화물을 줄여 살을 조금 빼시는 게 좋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보기에는 표준체형으로 보이긴 하나 속이 엉망이었나 보다. 이건 인정하는 부분. 식생활이 올바르지 못했고 폭식과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잘못된 습관 탓이기에 그 누굴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잠시나마 효과 없다 생각한 양배추에게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바이다.
그렇게 4년을 쉬지 않고 마시던 양배추즙을 끊게 되었다.
처음 하루는 조금 어색했다. 먹어야 하는 걸 먹지 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하루 세끼를 최대한 챙겨 먹으려 노력 중이며, 양배추즙 대신 맛있는 양배추쌈으로 식사에 추가하곤 했다.
매번 먹던 걸 먹지 않아 속에서 놀라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과는 다르게 끼니를 좀 더 챙겨 먹는 요즘, 속이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줄어든 탄수화물과 더 규칙적인 운동으로 4kg 정도를 빼게 되었다. 앞으로는 어느 정도 유지를 해볼 생각이다. 양배추즙을 4년 동안 유지한 나의 의지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건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에서부터 '삶이 무엇인지.'라는 생각까지 무수히 많은 상상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 인사는늘 '건강 잘 챙기고.' 라며 서로 응원하고 갈길을 간다.
품어야 할 것은 맞지 않는 타인이 아닌 맞춰야 할 나 자신이 아닐까. 어쩌면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는 찰나에 맞춰지면 다행이라 생각이 들 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아리송한 생각이 오락가락할 때쯤 울려대는 배꼽시계가 건강의 퍼즐을 맞추라 알려준다.
고민하는 이 시간마저 나의 시간인데,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난 오늘 나를 위해 시간을 썼다 생각하련다. 이것은 일이 없는 요즘 나의 잡생각 중 대표생각이다.
대표님,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건. 강이 최고라면서 라. 면 먹고 싶은 나를 어쩌면 좋을까. 면.이라도 좋은 거 먹자는 마음에 고르는 건. 건. 라.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