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츠
몰락까진 아니지만 예전의 명성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거나 금이 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그것을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쓰럽다. 마치 인생에 낙이 하나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 그렇다고 내가 그것을 살려주거나 회생시킬 뾰족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챙겨보고 응원해 주고 그러다 보면 또다시 폼이 올라오겠지 하고 바라보는 수밖에. 이걸 애정이라 말할 수 있는 건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애증인지 애정인지. 그래도 무관심 보단 좋지 아니한가. 유관심정도로 정리합시다... 그러니 이번에는 믿어볼게요.
올해 두 번째 마블 영화 관람. 첫 번째 캡틴아메리카는 기대 보단 볼만했다. 기대가 워낙 떨어져 있었던 상태여서 그런가. 늘 사람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인생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가 올라갈 수밖에.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아니지만, 보기 전 들리는 수많은 관람평이 상당이 좋았다.
흘려보내려 했지만 남모르게 올라가는 기대를 억누르고 있었더랬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들 하니까 말이야. 난 실망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
마블을 좋아하지 않거나,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려다 끊어버린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들의 향연.
그래서 손이 안 갈 수도 있지만 속는 샘 치고 한번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드리고 짧게 후기를 남기려 한다. 나도 늘 마블 영화를 보고 나면 올라가는 크래딧 사이 폭풍 검색을 하고 있지. 쿠키의 개수가 몇 개 인지. 음음! 잘 들으세요. 한 번만 말할 거예요.
이 정도면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모두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보다 영화관 팝콘에 빠져 있다 보니 내심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 명분 쌓인 팝콘을 먹을 수 있는 날이라는 것에 발걸음이 조금 더 신났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시작된 나의 마블 영화.
우선 개인적으로는 근래 본 마블 영화(올해) 중에는 가장 재미있었다. 물론 비교 대상이 하나라는 점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두 편 모두 좋게 본 사람으로서 이번에 보게 된 <썬더볼츠>가 더 재밌었다에 한 표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액션과 캐릭터들의 신선함? 그리고 중간중간에 터지는 웃음포인트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적지 않게 웃었다. 품격 있는 웃음코드에 빈틈을 파고드는 상황과 대사들이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도 머릿속에서 맴돌아 피식-웃음지게 한다. 언젠가는 써먹어야지 하고 머릿속에 고이고이- 접어 두었지.
이렇게 나름의 평이 좋은 마블영화는 또 오랜만이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좀 더 믿음이 실리고 있다. 매번 속아왔던 지난날에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며 부활의 신호탄 총성을 기다린 과거의 날들에게 사과를 하며.
또렷하진 않지만 희미하게나마 들려온 총성소리에 다시 고개를 두리번거려본다.
재밌었다. 썬더볼츠*
두 눈 질끈 감아도 밝은 미래처럼.
두 눈 번쩍 뜨면 눈부신 미래처럼.
어쨌든 우리 미래는 눈 부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