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포츈>
그래왔으니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보였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익숙하다.
그랬었는데 이랬다고? 그렇게 보였는데 이렇게도 보인다고? 그래서 낯설다.
강하게 자리 잡은 이미지라는 것은 쉽사리 바뀌거나 다르게 보기 쉽지가 않다. 색안경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좀 잔인한 낙인 같으니, 그저 익숙한 이미지 정도로만으로 생각하련다.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익숙함과 낯섦. 그 어딘가의 모를 경계에서 그 사람의 편안함이 보였다. 오히려 낯설어서 보여지는 평온함이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딘가 모를 경계이다. 마치 내가 오늘 어디쯤 와있는지 모를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듯.
"굿 포츈 봤어요?"
'그게 뭐야? 아니 안 봤는데? 재밌어? 어때? 누구 나오는데?' 최근 본 영화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보고 싶어서 가볍게 만난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딱히 궁금해하거나 관심 있게 내 말을 들으려 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난 그 영화에 대해 주절주절 살포시 떠들어대곤 머쓱하게- '그냥 그랬다고...'로 마무리했다.
스쳐 본 예고편에 키아누 리브스가 날개를 달고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는 것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된 영화. 편안하고 잔잔한? 실소 몇 번 픽- 새어 나오는 정도의 나름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중 피가 안 나오고 액션이 없는 영화. 그래서 나에게는 좀 낯설었지만 어딘가 모를 익숙함에 잔잔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이었던 같다. 예고편만 대충 봤을 뿐, 줄거리조차 모르고 갔던 터라 혹여나 천사랑 악마랑 싸우는 내용인가? 또 총 꺼내서 싸우는 건가? 싶었지만, 걱정반 기대반을 훠이훠이-날려 보내듯 툭툭-가볍게 이야기를 던져낸다.
부자인 사람과 가난까지는 아니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 체인지. 그 가운게 끼어버린 천사.
다시 한번 놀랍게도 키아누 리브스가 천사이다. 그것도 아주 앙증맞은 날개를 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늘 어떤 영화를 봐도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 같다. 나였다면? 안타깝게도 잔인한 현실 속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잠시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아차차- 정신 차려야지. 이 얼마나 소중한 세상인가. 나를 부정한다기보단,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추구하고 싶은 삶으로 나아가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인 것이다. 그 순간 떠오른 몇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많은 것을 즐기며 살고 있다. 타코의 바삭함과 매콤함, 햄버거의 풍성함과 다양한 맛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다양한 것들 중 적어도 절반은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별거 아니지만 저 장면만큼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두고두고 품고 있다가 이 영화에 대해 떠들만한 시간이 찾아온다면 타코와 햄버거에 대해 이야기 나눌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나와 이야기 나눌 시간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우린 충분히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아껴줄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리고 우린 그걸 책임감 있게 이행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수호천사들은 생각보다 바쁘니까.
종교론을 떠나 어릴 땐 천사가 있을 것 같다 생각했다.
크고 나니 순간순간마다 악마만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더 커봐야 알겠지만 바란 건데,
천사는 고사하고 악마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