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원식
동네에서 가장 친한 사장사람님.
집 근처에
착한 가격에 맛 좋은 피자집이 하나 있다.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한 곳.
장사가 안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돈이 조금씩 생겼을 때나
혼자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나
기분이 안 좋을 때나
한 번씩 시켜 먹는 곳이다.
쿠폰을 10장 정도 모았을 무렵부터
가게 앞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때부터는 주문전화를 드릴 때,
집주소를 알려드리지 않아도 되었고
매번 하던 '콜라와 피클은 안주셔도 될 것 같아요.'
라는 부탁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날
문 하나를 두고 피자와 카드를 주고받는 순간.
신발장 위에 올려져 있던 '영화 관련 장비'를 보시더니
소탈한 웃음과 함께 말하셨다.
영화 쪽 일하시는 분이셨어요?
아... 네...'배우' 쪽 일을 하고 있어요.
나의 무명이란...
배우를 한다고 말하기까지 상당한 망설임과 쑥스러움이 동반한다. 역시나 사장님의 미소를 따라 하며
쭈뼛쭈뼛- 흘려 말했다.
저도 예전에 촬영일 했었어요. 하하하
아... 그러셨구나... 하하하
길지 않았지만 충분히 어색한 공기를 만끽하고
영수증과 가벼운 서로의 덕담 한마디를 끝으로 문이 닫혔다.
그 이후 기분 탓인가.
좀 더 친해진 느낌...
이상할 정도로 오디션도 없고 촬영도 없었던. 8-9월...
축하할 일도 없었고,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쁠 일 도 없었기에
피자를 시켜먹을 명분이 없었다.
전자레인지에 붙은 피자 쿠폰을 보고
'의리'라는 명분으로 오늘은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다짐은 바로바로 행동으로-! ( 썩- 나쁜 핑계는 아니었다.)
역시나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피자와 카드를 교환하고
결제의 시간 동안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이에요. 요즘 바빴나 봐요?
아하... 네...
(세상 그 누구보다 한가했지만
세상 바쁜 척했어요...)
요즘 작품 활동은 많이 하세요?
그냥 뭐... 틈틈이... 종종 하고 있어요...
카드가 내 손으로 들어와서야,
나의 거짓말은 끝이 났다.
따뜻한 피자만큼이나
따뜻한 응원을 받았다.
응원해주는 동네 친구 하나 없는 무명배우에게
응원해주는 동네 사장님이 생겼다.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사장님
훌륭한 배우가 되면... 프리미엄 피자 시켜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