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안꾸 행복
덥수룩하게 자라버린 머리와
애매하게 모습을 드러낸 수염들까지.
계절에 핑계를 넘겼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초췌함이 절정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은거니까.
부자연스러움에 의미없는 반기를 들며 거울을 돌렸다.
집중-!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허리를 쭉- 펴고 누웠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나무 한그루가 보였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밋밋하고 지저분해 보이던 .신발장에
나름의 예술적 감각을 발휘하여
남은 시트지를 조각조각 내어 만들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껏 멋을 낸 듯한 신발장이 상당히 멋있어 보였다.
뭔가... 예술적이면서도...상징적인...
하지만.
오는 손님들은 신발장에 관심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랑하고 싶었기에 먼저 언급 하지도 않았다.
혼자 멍-하니 바라보다 두 손 높이 올려 박수를 쳤다.
'짝-짝-짝-'
이건 나 자신의 예술감각에 빠진 자아도취에 가까웠지만
칭찬받지 못해 서운할 신발장에 대한 위로의 박수도 된다.
꾸민듯 안 꾸민듯 꾸민 (예술적인)신발장.
양손을 머리에 받치고는 여유롭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행복하시겠어요?"
꾸민듯 안 꾸민듯 꾸며서?
그거랑 행복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
그러게나 말이다.
꾸.안.꾸 .신발장에게
꾸.안.꾸 행복을 물어보다니.
그럼 질문의 방향을 살짝 바꿔야지.
"그럼 당신은 행복하지 않으신가요?"
미묘한 차이지만
절묘한 질문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꾸민듯 안 꾸민듯 꾸며서?
결국 꾸며진 나는...
꾸며진 행복일거라는 거야?
그래서 행복하지 않을 거다?
행복을 꾸며야 행복한건가?
꾸며진 건 행복하지 않는건가?
행복하기 위해선 꾸며야 하는 건가?
결국 보여지는게 행복해야 행복한건가?
그럼 꾸미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거야???
나 조차도 혼란스러웠다.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의 질문은 어려웠다.
행복하기 위해 꾸며진 거라면 그건 행복한 것일까?
자의.타의. 어떤 것이든 꾸며진 것이라면 행복하지 않는 것일까?
행복의 본질을 찾아보고자 했던 나의 질문에
스스로 미로에 갖혀버린 느낌이다.
여러가지 난제만 남겨놓고,
다시 허리를 세우고 거울을 돌려 바라봤다.
오늘은 조금 꾸며볼까나.
p.s 집 연장계약하면 나무에 열매까지 달아줄게요.
'주렁주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