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런 말이 있었다
악필은 천재다.
나는 악필이다
고로 난 천재다.
어릴 적 천재라는 말을 서슴없이
친구들에게 하곤 했다.
학창 시절 몇몇 친구들은 흔히 어른 글씨체라 말하는
의젓해 보이는 글씨체를 사용했다.
내심 그런 글씨체가 부러웠던 나는
수차례 연습했지만 그들처럼 의젓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지금 나의 글씨체는
어느 정도 나의 성격이 반영된 개성 있는 글씨체가 완성되어 있었다.
여전히 악필이라는 소리도 듣고,
아주 가끔 독특하다는 말도 들으면,
"그래? 난 괜찮은데?"
다가오는 누나의 생일에 보내줄 MP3를 포장하기 전에
누나의 담당 선생님께서 작동법을 알기 쉽게
설명서를 만들었다.
그림에도 소질이 없는 편이 아니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려 넣고,
하나하나 종이에 펜을 눌러가며 작동법을 적었다.
다 적고 보니 그제야 나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알아볼... 수 있겠지...?"
그리고
3초 지나서,
"하... 맘먹고 쓰면 장난 아닌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겸손과 거만이 오갔다.
나는 사실 굉장히 겸손한 편에 속하는 무명배우이다.
단지 자신감이 넘칠 뿐.
어릴 적 천재라고 내뱉었던 건
천재가 되고 싶었던 나의 첫 번째 장래희망이었나 보다.
동생이 천재이니까
누나도 천재일 것이다.
나는 누나가 MP3 작동법을 금방 터득할 거라 믿고 있다.
생일 축하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