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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Nov 29. 2021

클래식

잘은 몰라요. 근데 좋아요.

즐겨보는 채널.

맛있는 녀석들.

그리고

클래식 채널.


집에 놀러 온 지인들

TV에 클래식이 흘러나오 있는 걸 보면,


"컨셉 너무 잡는 거 아니야?"


라고 비웃는다.


그럴 만도 하다.

내가 클래식이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니.


아니.

어울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어느 순간부터 말소리가 들리는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게 좋았다.



마음의 안정

혹은 편안함?



232번.

리모컨을 잡으면 가장 먼저 누르는 번호이다.

24시 클래식 연주를 해준다.


딱히 마음이 불안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저 편안한 마음을 더 잔잔하게 만들고 싶어서,

단지 그런 이유에서 틀어놓기 시작했다.


아! 언제나 편안한 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저주를 받았던 올 한 계절에 클래식 채널은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린 상처에

가끔 생겨난 증상들이 조금씩 라지고 있던 요즘.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금씩 다시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친구와의 만남에서 하소연하듯 증상들을 내뱉어봤지만 딱히 해결방안을 제시해줄 순 없었다.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기에 침묵을 지키는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도 같았다.



어제 들었던 베토벤 악장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혈기왕성한 20대에 절망을 시작으로 만들었던 그의 음악은 단순히 강하고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몇 악장인지는 모르겠으나, 꾀나 익숙하고 가까운 멜로디가 들렸다.




"아... 이것도 베토벤이었구나..."



멍하니 그 악장을 다 듣고 잠을 청했던 어젯밤.

생각보다 즐거운 꿈을 꿨다.


바쁜 휴일을 보낸 오늘. 또 한 번 그런 꿈을 꾸고 싶은 마음에 불을 끄고 TV를 켰다.

100원짜리 동전을 구겨 넣고 돌리면 나오는 뽑기처럼.

무수히 많은 클래식중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에 귀를 열었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들은 강하게 던지는 듯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던 잠도 홀딱-달아날 정도로 강렬했다.

편안한 마음을 더 잔잔하하고 싶다고 했었던가?

지금 듣고 있는 클래식은 나의 의도와는 멀지만 계속 듣다 보니 또 들을만하다.



잘은 몰라요. 근데 좋아요.



몰라도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알았는데 싫어지는 것 투성인데 모르는 거 좋아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격정적인 클래식이 오늘 밤을 마무리해준다.


오늘은 꿈에서 뭔 일이나도 단단히 날 것 같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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