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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Nov 24. 2021

핫 거래의 달콤함

꽈배기

어릴 적

엄마는 설탕이 요란스럽게 묻혀있는 꽈배기를 즐겨 드셨다.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던 꽈배기무슨 맛으로 먹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탕의 달콤함 마저 없었다면,

꽈배기

어린 나에게 그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갈색밀가루뭉치에 불과했다.



모습만큼이나 입맛마저 커버린 어른이 된 지금.


한 입 먹어 보라고 억지로 넣어주시던 손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던 설탕을 털어가며 드시던

엄마의 모습에서 내가 보인다.


이제 꽈배기갈색밀가루뭉치가 아닌

세상 맛있는 간식 중 하나가 되었다.






저번 쿨한 중고거래에 이어,

마지막 남은 하나의 패딩도 거래가 성사되었다.


막상 팔린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올 겨울은 2벌로 버텨야 하는 거구나.




7-8년 전, 현금으로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던 그날,

파격 세일하던 탑텐 빨간 패딩.

뛰어가서 잽싸게 샀던 기억이 있다.


12년 전, 따뜻한 옷 좀 입고 다니라며

친한 형이 준 깜짝 선물 탑텐 파란 패딩.

언제나 따뜻한 무적의 패딩이다.


의도 한건 아니지만,

남은 패딩이 둘 다 탑텐 이네,


빨간색, 파란색, 하나씩.

누가 봐도  사람이구나.




아. 새 패딩을 살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계획은 이랬다.


1. 주식이 오른다.

2. 그 돈으로 새 패딩을 산다.

3.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다.


나의 현실은 이랬다.


1. 주식이 올랐을 때 빼지 못했다.

2. 내 돈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3. 올 겨울이 따뜻하길 바란다.



돈은 있으나,

스스로에 대한 판단 미스로

돈을 빼지 못한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패딩을 살 자격이 없다고 친구들에게 농담 삼아 한탄하곤 했다.


사실,

진심 반, 농담 반.



어쨌든,

마지막 거래를 위해 역으로 나갔다.

몇 번 입지 않아 새거나 다름없었던 패딩이었다.


역 앞에서 만난 아저씨는

나의 패딩에 만족도가 상당히 높으셨다.



"입어 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의 새 거네요."


"네. 한번 입어 보세요."


"일 할 때 입을 거라..."


"그래도 사이즈 맞는지 입어 보셔야..."


"잘 안 찢어지는 재질이네요."


"아... 네..."



혹시나 사이즈가 안 맞으면 어쩔까 걱정하는 나와는 달리

그저 패딩에 대한 높은 만족도에

이미 홀딱-반하신 듯한 아저씨는

나에게 검은 봉지 하나를 건네주셨다.


봉지를 받은 나는 직감과 촉감으로 느꼈다.


봉지 바닥을 잡은 한 손에 따뜻함이 느껴진 걸로 봐서는...



'어? 먹을 거구나...'



해맑게 웃으시는 고객님을 보니

아-

고객님이라고 하기엔 좀 뭔가...

음-

거래처?

거래인?


그냥 아저씨라고 하겠다.



해맑은 인사로 마무리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갔다.


집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

봉지를 열어봤다.

곱게 접혀 있는 현금과

추운 바람에 지지 않으려 엉켜 있는 꽈배기 2개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캔커피라도 드릴걸...'



집까지 올라가는 동안

꽈배기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역 앞에서 따뜻한 웃음으로 검은 봉지를 건네주시던

아저씨의 정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저장될 것 같다.


방안에 들어와

꽈배기를 우걱우걱- 먹으며

올 겨울을 함께 보낼 남은 패딩을 보니

전우애마저 느껴진다.


잘해보자.  나의 오랜 친구여-




조심히 일하세요. 아저씨
꽈배기 정말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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