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도 무엇이 핫하고 이슈인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세상이다. 돌고 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언제 가는 오른다는 주식의 주관적 이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나,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몇 달간 얼음장 같았던 종목이 단 며칠 만에 활활 타오르더니 본전의 눈앞에서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이라 따뜻한 줄 알았는데 모락모락-한 종목이 불타오르는 날이라 따뜻한 거였나 보다.
'이런 낭만적이지 못한 청년이라니... '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건 봄은 따뜻한 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살랑살랑 봄바람의 강도.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머물다 가는 바람이 되어버린 지금 계절의 바람의 성격이 제법 낯설지만 어색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친한 형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 발을 올려 이동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글을 쓰지 않는 편이라,
소재거리나 쓰고 싶은 생각이 번쩍 들 때면 기억해뒀다가 집에 가서 작성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금 있었던 짧은 순간을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여유로운 시간 때라 그런지 자리가 널널했다.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에는 핸드폰 액정보다 전철 창밖으로 보이는 그림을 구경하는 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하철 안의 전체적 그림까지 둘러보다 마주치기 쉬운 맞은편 사람과 흘깃흘깃 눈을 마주치곤 한다. 나의 맞은편에는 할머님께서 앉아계셨고,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사이에 검은 비닐봉지와 꾸깃꾸깃한 종이가방을 붙잡고 계셨다. 얼마쯤 갔을까.
종이가방에서 무언갈 슬쩍- 꺼내셨다.
'앗...! 저건... 그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스터 빵?!'
그리고는 빵의 건강을 걱정하듯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다시금 종이가방에 넣으셨다. 그와 동시에 유심히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마스크 너머로 나의 눈웃음이 느껴지셨는지 할머님께서는 같이 웃기 시작하셨다. 마치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