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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Mar 28. 2022

따뜻한 것

그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빵을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인지.

추억이 돌고 도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 차례였기에 돌고 돌아 다시 온 것인지.

지구가 돌 듯.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도 무엇이 하고 이슈인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세상이다. 돌고 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언제 가는 오른다는 주식의 주관적 이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나,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몇 달간 얼음장 같았던 종목이 단 며칠 만에 활활 타오르더니 본전의 눈앞에서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이라 따뜻한 줄 알았는데 모락모락-한 종목이 불타오르는 날이라 따뜻한 거였나 보다.


'이런 낭만적이지 못한 청년이라니... '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건  따뜻한 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살랑살랑 봄바람의 강도.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머물다 가는 바람이 되어버린 지금 계절의 바람의 성격이 제법 낯설지만 어색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친한 형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에 발을 올려 이동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글을 쓰지 않는 편이라,

소재거리나 쓰고 싶은 생각이 번쩍 들 때면 기억해뒀다 집에 가서 작성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금 있었던 짧은 순간을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여유로운 시간 때라 그런지 자리가 널널했다. 상으로 달리는 구간에는 핸드폰 액정보다 전철 창밖으로 보이는 그림을 구경하는 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하철 안의 전체적 그림까지 둘러보다 마주치기 쉬운 맞은편 사람과 흘깃흘깃 눈을 마주치곤 한다. 나의 맞은편에는 할머님께서 앉아계셨고,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사이에 검은 비닐봉지와 꾸깃꾸깃한 종이가방을 붙잡고 계셨다. 얼마쯤 갔을까.

종이가방에서 무언갈 슬쩍- 꺼내셨다.


'앗...! 저건... 그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스터 빵?!'


그리고는 빵의 건강을 걱정하듯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다시금 종이가방에 넣으셨다. 그와 동시에 유심히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마스크 너머로 나의 눈웃음이 느껴지셨는지 할머님께서는 같이 웃기 시작하셨다. 마치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나도 웃고, 할머님도 웃고. 그리고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씀을 건네셨다.


"편의점 가니까 하나 있더라고... 그래서..."


사실 지하철에서 그 정도 거리의 대화는 웬만큼 크게 말하지 않는 한 잘 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스크를 쓰는 요즘 세상에선 더더욱.

앞부분만 알아듣고 뒷부분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했다. 할머님과 주고받았던 미소도. 그리고 그 미소와 함께 내던지시던 말씀도.


오늘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스크만 아니었다면, 눈웃음 이외의 표현을 더 했을 것 같다.


'잘 사셨다고. 그 작은 빵 하나에 미소를 지으시는 걸 보고 저도 따뜻했다고.'


정말 짧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순수한 친구 같았던 봄의 오후에 덩달아 순수해지는 하루였다. 돌고 돌아 언제나 찾아오는 봄이지만, 오늘의 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초코맛 포켓몬빵 할머님!
스티커 2장 들어있길 바랄게요.


지하철에서 글 쓰는 건 처음인데,
시간 잘 가는구나. 하마터면 지나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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