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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Apr 06. 2022

어색한 것

어색해진 우리 사이? 싸이? 월드?

포켓몬 빵에 따뜻함을 느낀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뭔가 또 돌고 있다?

유행이.

아니, 추억이.





과거 각 나라의 훌륭한 위인분들이 밝혀냈던 수많은 과학 중 지구는 둥글며, 심지어 돌고 있다는 사실은 그 시대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보다 더 충격적인 건 돌고 있는 것이 지구뿐만 아니라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지구가 몇 회전을 하고 있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행'이란 것도 돌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흐르는 시간에서 가끔은 역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과거를 추억하게 되고 그리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죠?)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닐 테지만, 누구에게나 지나간 시간의 흔적은 있기 마련.

어릴 때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의 강압에 써 내려갔던 일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메모리카드가 되었고,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그 강압이 참으로 감사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된 추억이 있으니 말이다.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에 활개 치고 있을 무렵.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일기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형식으로 나의 하루와 생각을 적어 내려 갈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났다. 물론 그것들은 일기와는 다르게 담임선생님과 나만의 소통 공간이 아닌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허물없는 공간이었다.

낯을 가리는 편이긴 하나 그런 유행에는 곧잘 따라가며 열심히도 했었던 것 같다. 가만 보면 낯을 안 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싸이월드.

단어만 들어도 추억이 스멀스멀- 다가올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TMI이지만 사실 이 전에 '세이클럽'이라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뭐가 그리도 재밌었을까.

작년 싸이월드가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잊고 있었던 사진첩들의 사진을 손발 오므리며 볼 수 있는 재미를 찾을 생각에 나도 모르게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감이 잊혀지는 시점.  

최근 나도 모르게 다시 열린 싸이월드는 몇몇 단톡방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어있었다. 친한 지인들은 각자의 계정을 살려 사진첩에서 추억의 사진들을 대방출했다.


'오! 그렇다면 나도! '


싸이월드를 나름 열심히 해왔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 2022년에 싸이월드를 검색창에 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봤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싸이월드를 검색했다. 그 시절처럼 웹사이트에서 접속할 줄 알았던 나의 구시대적인 생각이 약간의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시대가 변했으니! 앱으로! OK! 인정!'


설치와 함께 그 당시 썼던 핸드폰 번호로 잊고 있었던 아이디를 찾아냈고, 비밀번호 찾기까지.

5G 시대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나의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뭐지.

어색하다.

작은 화면으로 싸이월드라는 것을 보고 있다니.

뭐야.

나만 어색한 건가.'


「아직 복원 중인 '싸이월드'」


사진첩은 순차적으로 복원시켜준다고 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그 시절 나의 추억을 모두 꺼내 줄 거라 생각했던 기대감은 실망보다 허무함에 조금 더 가까웠다.

어릴 적 친했던 친구가 그 당시 유행했던 샤기컷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옷을 입고 포켓몬빵을 옆구리에 끼고 온 듯한 느낌이랄까. 근데 그 친구가 나를 잘 못 알아보는 것 같은?


어. 색. 하. 다.....................

누구냐 너..............


사진첩이 복되면 그나마 어색함을 내려놓고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 은....(미안. 싸이월드.)


과거가 마냥 즐겁고 행복한 건, 그 시절 그 시간 그 향기가 지금과 똑같이 재연될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모양을 똑같이 한다고 한들. 그때의 나는 똑같지가 않으니 말이다.


씁쓸하면서도, 촵촵-(?)하지만 가끔은 조금 불편하고 답답 나름의 감성 있었던 과거에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끔)


싸이월드를 마지막으로 했던 그날로 돌아가서 속삭여주고 싶다.


'너 몇 년 뒤에 변할 거야. 근데 사람들이 그 변화에 관심이 없을 수 있어. 하지만 기다려봐.

유행은 돌고 돈대.'





 

Hi-! Cyworld.
Good bye-! Cy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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