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작 Apr 29. 2022

공연이 끝났다.

막공 저녁 비가 왔고, 다음 날 해가 떴다.

공연이 끝났다.


코로나로 인해 밀리고 밀려 연습 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짧았던 공연기간은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언제나 아쉬운 게 공연 아니었던가. 예상했던 감정이었고, 당연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던 이번 작품은 단순히 관객들에게 받는 피드백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많은 걸 느꼈던 공연이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대학 이후, 20대 중반부터 현장에 나와 외부 공연들을 하나씩 하나씩 올리면서 언제나 막내의 위치에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간 나이의 위치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어느 집단에 소속되냐에 따라 나의 역할은 극 중 캐릭터보다 주변을 챙기고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 사람만 챙기는 성격이기에 친하지 않거나 성향이 맞지 않으면 굳이 다가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챙겨야 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친해지기 어려워도. 다가가야 했고, 기다려줘야 했고, 들어줘야 했다.


공연이 끝난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지난 일주일을 정리해 본다.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어땠을까.


돌아보면 이번 공연기간 동안 가장 놀라웠던 건,

길다면 긴 세월 동안 별 볼 일 없는 무명배우를 기억해 주고 있었던 분의 응원. '나' 라는 배우뿐만 아니라 공연문화예술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듯하여 신기하면서도 대단해 보였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2'



9년 전. 20대의 패기 넘친 던 나의 모습을 알고 계신 분에게 지금의 나는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내심 궁금하면서도 던지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알고 계시며 응원하시는 수많은 배우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매번 와주셨던 것에 감사드리는 의미로 따뜻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대접했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 또한 어려워하실 수 있을 것 같았기에 SNS 인사로 대신했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감사함이 있다는 걸. 따뜻한 국밥에 피어나는 연기만큼이나 감사함도 오셨던 내내 모락모락- 피어올렸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오랜만에 생긴 여유에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운동하러 산에 올라가 보려 한다.

그리고 자를 수 없었던 머리도 자르고 선선한 오후 산책도 다녀오련다.

어제 저녁 집에 들어올 때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아침 햇살을 피해 물러 나더니, 머쓱-해진 해가 살짝 인사만 하고 비구름 따라 저만치 물러났다.

약간의 어둑어둑함과 선선함이 오늘의 날씨이며, 오늘의 기분인 듯하다.


공연은 끝났지만,

오늘은 시작이다.



 

「감사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돌아갈 수 있는 장소와 향기 같았으면.


작가의 이전글 박수받아도 되는 것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