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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Apr 29. 2022

내일 뭐 하지?

오늘은 뭘 했지?

오늘 하루 몇 마디를 내뱉었을까.




소리치며 바쁘게 달려가다, 갑자기 찾아온 정막이 어색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집이 어색한 건 오랜만이다.


그런 날이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

휴식이 아니라 게을러 보이는 느낌. 그게 싫어서 뭐라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안방에서 옷방까지 하염없이 걸어도 봤고, 모자를 눌러쓰고 집 뒷산에 올라가 흠뻑-땀을 흘리고 내려오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말을 하지 않았던 하루가 낯설기만 할 뿐, 반갑거나 유쾌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푸릇푸릇-하게 변해있던 산의 모습은 상쾌했으나, 동행하는 이 하나 없이 묵묵히 올라가는 나만의 발소리마저 반가울 정도로 이상하게 외로웠다.



'왜?'



바쁘니까 생각도 안 났던 연애 생각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든다고?

동료 배우들의 소개팅 제의를 받을걸 그랬나 보다. 그랬다면 적어도 오늘 몇 마디는 더 던졌을 것 같거늘.

(인간은 언제나 늘 후회하고 후회 하지... 고로 나는 인간이다.)


밀렸던 드라마도 몰아서 봤고, 나름의 5월 계획을 그려봤고, 집 정리도 했고. 그리고 또 뭘 했더라...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상 깊은 하루가 아니었나 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가 휴식으로 가득한 날이 죄스럽게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러한 마음마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 들지만 잠들기 전까지 주절주절- 떠들어 보고 싶어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게 된 것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의자를 돌려 문에 걸려있는 달력을 5월로 미리 바꿔 놓았다. 키보드 몇 자 누르다 달력을 뒤집고, 그리고 또 몇 바퀴 돌고 잡생각에 빠지고 그렇게 또 몇 바퀴 돌다 보면 소리 없이 깜빡이는 모니터 속 검은 바가 말하는 것 같다.



"쓸.거.면 쓰고, 안.쓸.거.면 넷플릭스나 보다 자.라."



통화목록을 뒤적이며 오늘 하루 성대를 비빌 상대를 찾아보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그런 날이 있다.

오늘 뭘 했는지.

내일 뭘 할지.

무대만큼이나 두근 거리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욕심마저 허풍 같은 바람이라 느껴질 만큼 희박한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본다.

그런 날은 있지만,

내일은 이런 날이 아니길 바라며.


재촉하던 검은 바에게 이제 그만 쉼을 주려한다.




몇 번을 깜빡인 거니.
윙크하는 거니.
반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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