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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May 05. 2022

어른이날에 본 끈적한 영화「본 투 비 블루」

비빔국수 먹다 틀어놓은 영화에 빠진 날.

사람은 언제나 후회를 한다. 챙겨 먹기 귀찮았던 저녁밥을 훌쩍-넘겨버린 어젯밤. 늦은 시간 먹는 걸 자제하는 편이기에 굶주림을 참고 잠에 들기 위해 누웠다. 제시간에 챙겨 먹을걸 이라는 후회와 함께 아침에 눈 뜨면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나열해봤다. 한정적인 재료 덕에 선택의 폭은 좁디좁았고, 빠른 시간에 결정하고 잠들 수 있었다.


비빔국수



적당히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다, 더 이상 누워있다간 하루가 끝나버릴 것 같아서 약속했던 비빔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상쾌한 날에 맞춰 경쾌한 봄 팝송을 틀어놓고 적당한 리듬으로 끓는 물에 면을 삶았다.

비빔국수와 함께 어울릴만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싶어 리모컨을 가열차게 눌러대다 붉게 물든 면이 오동통해지기 전에 아무거나 틀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음악영화 목록 중 아무거나 눌렀다.


네이버 영화「본 투 비 블루」 포토
영화 '본 투 비 블루'


앞 서 들었던 봄 팝송의 어깨춤이 제법 느려지더니, 이내 스리슬쩍- 어린이  순수했던 마음이 어른이 날의 묘한 끈적함으로 변해갔다. 그냥 틀어놓으려 했던 영화기에 비빔국수와는 전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릇이 비워지고 바로바로 설거지하는 특성을 저버린 채 바닥에서 의자로 자리를 옮기고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인생영화 목록 중 하나인 라라 랜드의 재즈 펍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익숙한 멜로디도 들려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주인공의 결말이 더더욱 궁금했다.


재즈에 대해 무지하기에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흘려보던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대로 사셨으면 했다.


네이버영화「본 투 비 블루」 포토

그랬을까?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재능과 기쁨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직업. 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는 공간에서 언제나 항상 그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울 수밖에.


네이버영화「본 투 비 블루」포토

휴일, 뜻밖의 여운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멍-하니 생각에 빠져본다. 언제나 유치한 소감이지만 심플하게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도 재미있게 잘 봤다!'



우연하게 본 영화가
오후를 지배하는 날.

그리고...

「BBim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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