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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석 Feb 23. 2021

힘을 빼자, 힘을!

습관의 무서움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만약 신이 나에게 평생 단 하나의 취미만을 허락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노래 부르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자전거 타기나 책 읽는 거는 취미가 아니라 일, 혹은 공부라고 이야기하면 되지 뭐. 그래서 그런지 나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방을 달고 살았는데, 평생 내가 노래방에 쏟은 돈을 환산하면 한두 번의 대학 등록금 정도는 우습게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노래방 기능을 갖춘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반거주하며 노래방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니, 독자분들은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충분히 가늠이 가능하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유의 고음불가형 성대를 지니고 있어 특정 이상의 음역대를 시도할 경우 모조리 음이탈이 나버리는, 나로서는 상당히 비극적인 운명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는 고음에서 목을 눌러 소리를 내는 좋지 못한 습관을 기르게 됐다. 이런 내 습관은 노래를 시작한 이래로 형성돼서 무언가 내 발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된 불과 1~2년 전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이후, 스스로 좋은 발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며 고음을 부를 때 목에서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는 부분을 캐치하게 되면서 내 노래는 이전보다 한두 단계 정도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음에서 목에 힘을 빼야 해" 라는 워딩을 캐치하고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그것이 노래에 적용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법. 노래를 부르며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한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목에 힘이 도로 들어갔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첫 번째 고음파트에서 목에 힘을 빼는데 성공을 하더라도 노래를 부르며 다른 생각을 한다던지 주의력이 흩어지면 다음 고음파트에서 어김없이 다시 목에 힘이 들어가곤 한 것이다. 습관의 힘은 정말이지 무서운 것이었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경우, 마음에 과도한 긴장이 자리한 경우 "힘을 빼라"라는 조언은 대단히 유용하며 올바르고도 현명하다. 운동을 할 때도, 노래를 부를 때도, 심지어는 우리네 인생을 살아갈 때도 과도한 긴장감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를 부르며 목에 힘을 빼게 되면 단순히 보컬의 소리가 좋아지는 차원을 넘어 성대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여유롭게 보다 미세한 표현들을 신경 쓰며 노래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듣는 사람에게도, 부르는 사람에게도 힘을 뺀 노래는 더욱 편안하고 즐거워지게 된다.


그러나 여기 문제가 하나 있다. 고음을 할 수 없었던 나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몸에 힘을 주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한 경우 그것을 제거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부분이다. 결국 '극도의,' '의도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고서는 "힘을 빼라" 라는 조언을 실행하기는 정말 쉽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힘을 빼본 경험이 아예 없어 온몸에 가득 힘을 주는 것만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 "힘을 빼라" 라는 조언은 아예 실현 불가능한 옵션으로 비칠지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식견이나 학견이 좁은 사람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 '우물 안 개구리'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이 속담, 그러나 과연 우물 속 개구리는 어리석기 때문에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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