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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디락스 Sep 27. 2023

내생에 마지막 날_듣고싶은 노래

불행한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 ep.8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클래식이 좋아요. 베토벤은 내 인생의 구원이죠.”라고 대답하고 싶다. 클래식을 마음깊이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은 뭔가 ‘있어 보인다’. 그에게선 머리 아픈 향수 냄새가 아니라, 향기로운 살갗냄새가 날 것 같다. 친척 중에 최소한 두 명 정도는 오스트레일리아 빈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을 듣고 있을 때면 음... 뭐랄까 지도교수님이랑 단둘이 밥을 먹는 기분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알겠고, 좋은 자리인 것 도 알겠지만, 그냥 이것저것 불편하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깊은 의중이 뭔지 도무지 잘 모르겠다.     


일반 가요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대중가요를 좋아한다!'라고 단언하기에는 편식이 심하다. 가장 사랑하는 가수는 브로콜리 너마저다.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라는 노래를 처음 들은 건 대학교 4학년 때였다. 학교 후문 쪽을 혼자 걷고 있었다. 촉감이 좋은 갈색 니트티에, 베이지색 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가방에서 꺼낸, 요리조리 고약하게 엉킨 이어폰 줄을 겨우 풀어서 귀에 꽂았다. 연인과 헤어진 직후도 아니었는데 왜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좋은 가을날이었다.      


'일반가요를 좋아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응당 빠밤 빠밤 빠른 리듬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땡이다. 특히 음악에 배이스로 깔리는 둥둥둥 둥둥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심장까지 둥둥 둥둥. 음악을 조금만 더 들으면 부정맥이 올 것 같다. 빠른 대중가요를 듣고 있을 때면  손자손녀들을 바라보는 할머니 마음이 되고 만다. 사랑하지만 몸으로는 너희들과 놀아 줄 수 없다. 그저 멀찍이 그늘에 앉아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그윽한 미소로 바라본다. (지화자 좋다 얼쑤!)  

   

팝송도 좋은 곡이  많다. 요즘에는 joana wang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들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자주 상상한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삶이 어떨까. 목욕을 하면서 작은 목욕 부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면 자기 노래에 내가 취해서 막 눈물이 줄줄 흐르고 그럴까?


좋은 사람이 눈앞에 딱 나타나서 첫눈에 반했을 때는 비틀스의 I wanna hold your hand를 부르고, 사랑에 빠졌을 때는 when a man loves a woman를 부르고, 헤어지고 나서는 집에 오는 길 혼자서  maroon5의 memories를 부를까? 그럼 설레고 사랑하고 아픈 감정들이 두 배 세배쯤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상황에서 멜론에서 그들의 노래를 검색해서 틀고 그들의 목소리로 대신 위로를 받는 나로서는 참 궁금하다.


I love you ♪

I love you forever  ♪


 조안나 왕의 아이러브유를 듣고 있으면 거실 소파에서 드러누워 배를 묵묵 긁고 있는 남편을 두고 있는 아줌마의 마음에도 몽글몽글 사랑이 구름처럼 피어난다.  하지만 애석하기도 하지. 팝송을 좋아하나, 즐기지는 못한다. 자꾸 이놈의 머리가 가사를 해석하려 드는 것이 문제다.


Lately, I have had the strangest feeling

요즘, 가장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With no vivid reason here to find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데요

Yet the thought of losing you's been hanging

그럼에도 당신을 잃을까 봐 생각이 계속 들고 있어요

'Round my mind

내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어요

Far more frequently you're wearing perfume

당신은 향수를 더 자주 바르고 있어요      


(한참 심취할 뻔하다가)

'어?! 향수를 뿌리다는 표현에서 wear이라는 동사를 쓰네..'

오래 못 가서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바로!

재즈다.


그루브 하게 느린 재즈 말고 조금은 경쾌한 재즈가 좋다. 재즈를 틀어 놓으면 비로소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든다. 오래된 편안한 친구와 발걸음을 맞춰 조용한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내 걸음걸이만 봐도 내 기분이 어떤지 대충 알아채는 그런 오랜 친구와 함께 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상대가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는지 살피지 않아도 되고, 내가 좀 더 있어 보이려고 꾸미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대화에서 나에게 무엇이 이득이 될지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주제도 교훈도 없이 희희낙락 웃기만 하다 보면 또 그리워지는, 그런 휴식 같은 친구, 휴식 같은 재즈.     


이제 글을 다 쓰고 나면 조금 쉬어야겠다.

아이들이 다 먹을까 봐 냉장고 구석에 한 조각 숨겨놓은 (쉿)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재즈를 들어야겠다.

오늘의 선곡은 '윤석철 트리오의 즐겁게 음악.'




조각난 행복들을 긁어모아 나는 지금의 커다란 행복을 일구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의 행복을 이렇게 나누다 보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잠깐 깜빡하고 있던 작고 소중한 나의 행복'을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_



여덟 번째 작은 행복

즐겁게, 재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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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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