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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Oct 28. 2024

이게 사랑일까

내가 가장 바랐던 것들은 언제나 이별 후에 온다

마음의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만든 감정이었다.

그 사람이 그리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로 떠날 만큼 겁이 없었고 인생에서 그가 어떤 존재로 계속 머물러주기를 바랐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해보고 싶었다. 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밤새워 보기도 하고, 그가 좋아하는 와인을 따라 좋아하고 싶었다. 그가 그리는 미래에 내가 함께 있기를 바랐다.


그 사람의 마음은 항상 롤러코스터를 탔다. 우리의 미래가 우울하다고 느끼면 나를 멀리하고,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날에는 나를 몹시도 사랑했다. 나는 그렇게 널뛰는 그의 마음을 붙잡고, 그를 따라 널을 뛰는 나의 마음을 다잡고, 그의 좋은 면을 보며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다. 맞다. 나는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남들을 비웃고, 그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던 내가 사랑을 노력했다. 짧은 그의 메시지를 길게 만들기 위해 질문하고, 그의 관심을 요구했다. 나를 사랑하냐고 묻고, 나에게 아직 관심이 있는지 확인했다. 가엾은 몸부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몹시도 사랑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그가 너무 좋았다. 그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나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그가 좋았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충만한 감정이었다.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행복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잠시 잊고 살았다. 그래서 더 그가 소중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를 돌보고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자랐다. 그의 인생에 나는 짧은 러브스토리로, 겨울의 한국으로, 그를 너무도 좋아해 주었던 작은 여자애 하나로 남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그는 참 많은 것을 남겼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독립적이고, 강하고, 모험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외국으로 그를 만나러 떠날 만큼 낭만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늘 그와의 통화를 바랐는데, 이별에는 참 그의 전화가 싫었다. 이야기하다 서로 전화를 켜두고 자는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그의 숨소리에 잠을 들 수 없었다. 내가 바랐던 것들은 왜 이별 후에 오는 걸까. 전화로 이별하며 우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찬찬히 했다. 처음 만나던 날 서로가 너무나 빛나보였던 순간의 이야기. 우리가 같은 감정을 느꼈던 순간. 내가 그를 보러 갔을 그가 느꼈던 감정들. 그에게 내가 빛나보였던 순간, 서로가 너무 좋았던 순간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그에게 장난을 쳤다. 모자를 쓰면 탈모가 심해지니 조심하라고, 내가 오십이 되어도 나는 매력적이고 예쁠 테니 너는 나에게 반하게 거라며 그러면 언제든 말해달라고 했다. 나의 진심과 장난을 섞어 그에게 전했다. 내가 누군가가 생겨도 네가 나를 다시 보고 싶어 하면 언제든 바람을 피울 준비가 되어있다며 웃었다. 나는 그와의 이별을 슬프게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끝까지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지금처럼 그가 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과 망설임으로 멈춰서 있던 것처럼. 평생을 그렇게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는 언제든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을 할 거고, 전화를 하면 받겠다고 했다. 참 쓸모없는 다정이다. 내가 그의 답장을 기다리고 그의 전화를 기다릴 때는 오지 않더니 왜 헤어지고 나서는 받아주겠다는 걸까. 참으로 못된 사람이다. 그는 나를 사랑했고, 행복했고, 나는 항상 신경 썼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를 행복하게 했지만 너는 나의 감정을 돌봐주지 않았다고 얘기해 줬다. 네가 나를 항상 신경 썼다면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에게 너의 감정, 너의 생각을 계속 공유해 줬을 거라고. 


나는 그에게 행복이 되고 싶었는데 그의 마음속에 나는 행복과 불행 그 사이에서 오도 가지 못하고 서있었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오지 않은 것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결과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된다는 것이 썩 달갑지 않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 남긴 것들을 곱씹으며 한동안 혼자로 오래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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