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by 햇님이반짝

그럴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알람은 여섯 시에 울렸는데 역시나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시간이 사라졌다. 눈뜨고 씻고 출근만 했다. 맛난 음식을 보아도 선 듯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 살아야 하니까 의무적으로 먹었다. 춥다고 웅크렸다. 좋은 문장을 보아도 그렇구나라고 넘겼다. 글감이 있는데도 붙잡지 못했다. 할 수 없는 생각이 자주 스쳤다. 이상하다?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정확히는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다. 그랬다. 내가. 파고들지 못했다. 수박 겉핧기를 했다. 그 속까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의 변화가 일렁인다. 더 잘하고 싶고 눈에 보이고 싶다. 매일 메모를 한다.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바로 쓸 수 있는 이면지가 있다. 일하다가도 생각나는 단어를 끄적이고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좋은 문장을 기록했다. 두서없이 적다 보니 정리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게 어수선하다. 밥 먹을 때를 제외한 6인용 거실테이블을 나 혼자 사용한다. 집중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부터 정리했다. 거슬리는 물건을 두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쓰는 노트북과 책, 필기도구 외에는 두지 않았다. 기저기 끄적인 문구 중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한 번에 다 옮기지는 못한다. 천천히 한 문장씩 곱씹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풍선들이 둥둥 떠다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면 어느새 터져버려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거 알면서 멀 믿고 자꾸 생각만 하려 했다. 빈 종이만 보이면 쓴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어제와 오늘 한 일. 내가 한 일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그게 무엇이든 하나는 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라테를 마신다. 커피가 안 당긴다면 물이라도 한잔 벌컥 들이켠다. 피곤해서 쓰러지기보다 나를 위해 충천한다는 생각으로 잠을 청한다. 아무 페이지를 펼친다. 한 문장을 읽더라도 의무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문장을 필사하고 내가 쓴 것처럼 내가 해낸 것처럼 받아들인다. 정말 이룬 것처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돌이켜 보면 나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했다. 느리게 갈지언정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잘 맞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깨달았고, 맞는 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내향적인 내가 강의 활동을 부담 없이 시작한 비결도 그간 쌓아 온 경험 덕분이었다.
<오늘부터 나를 고쳐쓰기로 했다> 중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했다. 멈추지 않는다. 내향적인 내가 강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 잘하고 싶었구나. 근데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그럴 수 있지. 잘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은 거 아니겠어. 그럼에도 하는 거지.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누구나 그럴 거야.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뜸을 많이 들인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절친을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다가가진 못하지만 계속해서 썸을 타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손 놓고 있진 말아야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고 지금 내어놓을 수 있는 글에만 집중해야겠다. 안된다 하지 말고 하기 싫다고 티 내지 말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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