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 오전, 운동하러 나가기로 했다. 어제만 해도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창문을 여니 찬기운은 없다. 반팔 위에 긴팔 티를 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이 달리기에 딱이다. 공원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다리를 쭉 뻗는데 사타구니가 당긴다. 움직여서인지 벌써부터 몸에 열기가 느껴졌다. 이대로 뛰었다간 회색티셔츠에 '나 땀 흘려요'라고 홍보할 판이다. 긴팔 셔츠를 벗어 허리춤에 묶었다. 한결 홀가분하다. 이제 뛰기만 하면 된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땐 봄이었는데 뛰고 나니 여름이 되었다. 얼굴은 불덩이로 변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아이스 라테는 입안에 착 감긴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할 일이 태산이다. 아침에 먹은 설거지와 세탁기 속 빨래가 대기 중이다. 수건도 이불도 돌려야 한다. 세탁기도 나만큼 바쁘다.
매일 플랭크를 한 지 207일 차다. 오늘 5초를 더 늘려도 되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2분 20초를 버텼다. 버티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틀었다. 무리 없이 2분 25초를 완료했다. 어제 둘째가 옆에서 같이 플랭크를 하는데 1분도 겨우 버틴다. 부들부들 떨면서 온몸이 뒤틀린다. 어머니는 왜 그리 편안하냐고 한다. 훗, 이 정도쯤이야. 웃음이 나왔다.
브런치동기 작가들과 운동하고 인증하는 단톡방이 있다. 퇴근하고 걷는 경우가 많아서 늘 밤에 인증한다. 오늘은 대낮에 인증사진을 올렸다.
"진짜 반짝님 대단!!! 해요~~"
동기작가의 칭찬에 입꼬리도 승천한다.
"혹시 지금 온몸이 근육질이십니까"라는 질문에 뜨끔했다. 그러기엔 지방흡입 아닌 간식을 흡입 중이다. 간식 때문 에라도 운동을 한다. 첩첩산중이다. 인바디 지방수치를 궁금해한다. 자주 재고 싶은데 궁금하기도 하고 보건소가 멀다고 했다. 나에게만 보이는 복근 라인이 있지만 신비주의로 남고 싶다. 작가님의 칭찬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또 나가고 싶게 만든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라테커피와 과자.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마음의 안정을 준다. 머릿속으로 간식은 좀 줄여야지보다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간식도 걷기도 둘 다 끊을 수 없다. 글쓰기도 싫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엄청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단계는 아니다. 커피 마시듯 걸어 다니듯 쓰고 싶을 때 쓴다. 쓰고 나면 더 좋으니까.
햇님이 반짝이는 휴무 날 아침, 나는 걷고 달렸다. 집으로 와 아이스 라테 한잔과 글을 쓸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졌다. 매일 생각나는 라테처럼 걷기도 글쓰기도 습관으로 만들어 본다. 라테 한 잔, 한 걸음, 한 줄로 일상을 쌓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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