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황금연휴 누리고 싶다
목요일(근로자의 날),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어린이날), 화요일(대체공휴일). 연월차 쓸 수 있는 직장인들이 부럽다. 금요일 하루만 연차 쓰면 6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기간이다. 그림의 떡이다. 나는 오로지 목요일과 일요일만 쉴 수 있다. 개인 병원도 공휴일에 쉬는 곳도 많지만 내가 있는 곳은 2시까지 근무다. 9년 전 입사할 때는 토요일, 공휴일도 5시까지였다. 몇 년 지나 4시로 바꿨다가 작년부터 2시가 되었다. 처음엔 한 시간도 웬일이야? 두 시간 당겼을 때는 순간 감지덕지했다. 이왕 당긴 거 점심 안 먹고 1시까지 했으면. 하나를 바라면 더 바라게 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월차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알고 입사한 것을.
알지만 간혹 가다 이렇게 황금연휴 기간을 맞이하게 될 때면 퇴사의 유혹이 목덜미를 흔든다. '여기 밖에 없어?' '억울하면 5인이상 가던가' '그렇게 투덜거릴 거면 옮기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내 안의 또 다른 아이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라고 같은 상황의 글을 찾게 된다.
"연월차 있는데 쓸 수가 없어요. 못 썼다고 붙는 수당도 없고요"
"휴가기간 빼고는 쉬기 힘든 게 우리나라 현실인 거 같아요"
찾다 보니 2015년도 글이다. 이 외에도 10년 전에는 억울한 글이 꽤나 많이 올라와있다.
"1인 근무인데도 월차는 항상 써요."
"빨간 날 다 근무해도 연휴 추석 보너스 수당도 없어요"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지만 여전히 같은 고민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결론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9년 동안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또 다른 장점이 분명하기에 버틸 수 있었던 거다. 일 년에 공휴일이 삼일이상 몰아서 다가올 때면 저 깊은 내면에서 이 상황이 못마땅한 자아가 고개를 내민다. 이 위기(?)를 잘 넘기면 된다. 진짜 진짜 일이 있을 경우 하루 빠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장님과 다른 직원에게 귀띔을 해둔다. 이것도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다. 공휴일은 더 바쁘다. 한 사람이 빠지게 되면 그만큼 다른 직원이 배로 정신없다. 마음 한구석 덩어리를 안고 원장님께 전달해야 한다. 굳은 표정을 마주할 것을 대비한 채.
'일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지'라고 되뇌어보지만 현재 와닿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만 보인다. 지금 당장의 상황만 보고 극단적인 선택(퇴사)을 해서는 안된다. 여기 아닌 다른 곳에 가게 되면 이보다 더 한 상황을 만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무엇이든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푸념으로만 끝나면 앞으로도 도돌이표가 된다. 황금연휴기간 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이곳에 안주하는 동안 나는 매년 연휴 때마다 고민하고 한숨 쉬겠지. 한탄만 하고 있지 말고 이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고민으로만 끝난다면 나는 내년에 똑같은 푸념만 늘어놓을게 뻔하다. 잠깐의 투정은 하더라도 이걸 매년 반복한다면 나에게 실망할 것 같다. 이보다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 어차피 근무해야 한다면 일하는 동안만큼은 인상 찌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다.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나는 돌아오는 공휴일에도 남들 쉴 때 일할 것이다. 또 한탄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연휴기간을 보낼 것인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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