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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에서 열여섯이 되었다

by 햇님이반짝


9개월 된 조카손주가 엄마에게 안길 겨를이 없다. 중학생인 나의 두 딸이 조카손주 곁을 떠나질 않는다. 틈만 나면 둘이 돌아가며 안는다. 조카손주를 둘러싼 주위에는 이모 둘 외에도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할머니 두 명 이모할아버지, 외증조할머니, 외증조할아버지까지 우리 집 인원에서 세명 빠진 열 세명 모였다. 둘째가 조카손주보다 더 예쁜 아기 나을 자신 있으면 셋째를 낳아달란다. 이 무슨. 더 예쁜 아기일 확률은 높지만(?) 키울 자신은 없다.



부모님은 벌써 팔순이다. 나에겐 띠 동갑 큰언니와 열 살 터울의 둘째 언니가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부들과 남편이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가족의 중심이다. 네 명의 조카들과 나의 두 딸. 조카사위와 조카손주까지. 친정 가족은 다섯에서 시작해 열여섯이 되었다.

내가 둘째를 낳고 13년 만에 친정에 아기가 태어났다. 자연스레 모든 관심은 조카손주를 향한다. 조카가 언니 집에 자주 와서 조카손주도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수 있었다.

첫 조카는 둘째 언니의 딸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랬던 아이가 벌써 나에게 손주를 안겨주다니. 어리기만 하던 조카가 아이를 낳니 신기하면서도 우리 아이들 키울 때도 생각난다. 조카손주는 아직 낯가림이 심하지 않아 손만 뻗으면 잘 안기고 볼 때마다 긋 웃는다. 자기 안으라고 땡강도 부리고 마음대로 안되면 울기도 하지만 자체만으로도 이쁘다.



며칠 전 조카가 이사를 해서 1박 2일로 집들이를 하게 되었다. 조카 덕분에 친정 식구들 모여 오랜만에 바닷가 주위를 걸으며 사진도 찍었다. 조카손주 엉덩이를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내가 걸으니 본인도 같이 걷는 것처럼 발을 굴린다. 식당에 가서 이모할머니인 언니가 아기를 안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남편이 조카손주를 안았다. 지금 아니면 안아볼 기회가 없다. 남편 덕분에 가족들이 편하게 식사를 하였다.

아기가 태어나면 1~2년 동안 몸이 힘들지만 가장 예쁠 때 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니 그런데 그때도 알았으려나. 쪽잠 자면서 먹이고 재우고 안고만 있어도 허리와 손목이 욱신한 경험 다 알고 있으니 같이 있을 때만이라도 더 봐주려 한다.


조카가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우리 아이들도 조카처럼 사랑하는 사람 만나 예쁜 가정 꾸렸으면 좋겠다. 상상은 늘 앞서간다. 그전에 학교도 졸업하고 직업도 가져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틀 동안 커피와 케이크, 과자, 산물, 중식 등으로 배를 채웠다. 배만 채운 건 아니었다. 같이 한 시간만큼 마음까지 든든하다. 지금 우리 가족 함께 걷고 웃으며 오늘의 소소한 행복 쌓아가는 시간이 소중하다.


부모님은 좋겠다. 증손주도 보고. 엄마 아빠가 우리 딸 둘의 아이까지 보았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백세 시대에 충분할 것 같지만 딸이 결혼을 할지 안 할지 장담할 수 없다. 다섯 명에서 시작한 친정 가족은 열여섯 명이 되었다. 조카들이 자라면서 새 식구가 생긴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지금이 그리워질 것 같다. 의무가 아닌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지 길. 오늘은 다시 잡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사진 한 장으로 다 담을 수 없지만 사진만 봐도 그때 기억이 떠 오를 수 있도록 한자라도 더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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