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집들이 가서 언니들과 이야기한다고 늦게까지 야식을 먹었다. 다음 날 점심에는 짜장면을 먹었다. 배가 꺼지지 않아 오후에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끔 10킬로미터를 뛰고 싶을 때가 있다. 달리기 전에는 마음먹었다가도 뛰다 보면 힘이 들어 오늘은 여기 까지라며 4~6킬로미터에서 마무리 짓는다.
오늘은 꼭 10킬로미터를 완주해야지. 나만 아는 목표를 마음속에 품고 달리기 시작했다. 뛰다 보면 생각이 계속 바뀐다. 특히 초반에 많이 흔들린다. '적당히 4킬로미터만 뛰어도 되잖아. 너무 무리하면 안 돼'라고 속삭인다. 유혹을 뿌리치고 5킬로미터가 되면 잠시 숨이 고를 때가 온다. 반 뛰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만 뛰고 싶으면 지금 멈춰야 한다. 7킬로 미터다. 3킬로미터를 남기고 그만두기엔 아쉽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뛰면 10킬로미터를 완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멈출 수가 없다. 기록보다 완주라고 되뇐다. '오늘 아니면 안 돼'라며 여태 뛴 게 아까워서라도 나를 응원하였다. 오랜만에 10킬로미터를 완주했다. 잘했다. 잘 뛰었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나인걸 증명했다.
집으로 가는 길 조카손주 한번 더 보기 위해 언니 집에 들렀다. 형부는 내가 5학년 때 태권도를 가르쳐 준 관장님이다. 10대 때 단증 3단을 땄다. 20대에는 재즈댄스 6년을 했다. 그 외에 형부는 지금까지 걷고 뛰며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방금 뛰고 와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었다. 사십 대에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며 나에게 운동 중독이라고 했다. 나 운동 중독인가? 매일 뛰는 것도 아닌데라며 부정했다. 예전 알코올중독의 이력이 있어서인지 중독이라 함은 뭔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아니라고 했지만 이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중독까지는 아닌 걸 내가 더 잘 아니까. 뛰고 난 다음의 쾌감. 그 무언가가 있다. 성취감이 다음 달리기를 시작하게 만든다. 가끔 뛰기 시작한 나를 원망해 보지만 결론은 칭찬으로 마무리 짓는다.
10킬로미터 달리기, 이만 칠천보 걷기.
매일 이렇게 운동했다간 언제 나가떨어질지 모른다. 가끔 정점을 찍어준다.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운동을 지속하게 한다. 평소 가볍게 걷다가 갑자기 10킬로미터를 뛰고 이만보를 걸었다간 오히려 안 한 만 못하게 되어버릴 수도 있다. 꾸준히 걷고 뛰었기에 무리 없이 이어올 수 있었다. 만보 걷기가 취미인양 자주 인증을 한다. 괜히 걸었다 괜히 뛰었다는 후회는 없다. 다음 날 힘들어서 못 걸을 정도가 아니다. 늘 그렇듯 출근한다. 안 하던 행동을 갑자기 하는 운동이 아닌 평소 쓰던 근육을 사용한다. 늘 하던 운동 말고 다른 동작을 하게 되면 또 낯설다. 스쾃을 하다 말다 한다. 스쾃 100개를 하고 다음날이 되면 몸이 반응을 한다.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의 존재를 확인한다.
사십 대의 운동은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담되면 이어가지 못한다. 중독보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내는 힘과 목표가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운동 중독이라 해도 좋다. 계속 이어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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