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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 쌓아 두지 말자

해결 방법은? 역시.

by 햇님이반짝

일요일 아침 일곱 시 남편이랑 두류공원에 다녀오려고 했다. 의식은 있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열 시에 일어났다. 남편이 밥을 안치고 해장국을 데웠다. 겨우 일어나서 중등아이들을 깨웠다.

"일어나, 밥 먹자. 지금 안 먹으면 알아서 차려먹고 설거지까지 해놔"

미동도 없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될 것을 굳이 한번 더 깨웠다. 밥을 차려놨을 때 안 먹으면 딸들이 답답해야 하는데 내가 더 안 달나 있는 게 탐탁지 않는다. 따로 먹긴 싫었는지 뒤늦게 나왔다.


설거지하고 주방정리를 했더니 기운이 빠졌다. 밥 먹고 뒷정리만 했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며칠 발행하지 못해서일까? 열흘 전 갑상선 약을 줄인 탓일까? 의문은 들지만 답은 없다. 몸은 자동으로 거실에 있는 책상을 향했다. 책도 펴고 노트북도 열었다. 위치만 내 자리다. 바로 앞에 남편이 3인용 의자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다. '영상 볼 거면 방에 좀 들어가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햇살 받으며 여유롭게 내 집에서 쉬고 있는데 들어가라 마라 하기가 그랬다. 노트북 너머로 남편의 얼굴이 보인다.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거슬린다.


'카페 갈까?' 생각했다. 점심시간엔 사람들도 많아 혹여나 자리 선정을 잘못해 버리면 더 시끄러울 수도 있다. 노트북과 책, 공책, 필기도구까지 챙기려니 오히려 거실이 더 낫겠다 싶다가도 벌떡 나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창문을 열면 춥고 닫으면 덥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나가려니 귀찮다. 냉장고에 돌체라테가 있는데 이건 너무 달다. 혼자 난리다. 모든 게 성에 차지 않는다. 뭐부터 해야 할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독서 모임에 참여할 책도 정리해야겠고 글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두서없는 와중에 부아 c작가의 지인의 죽음에 대한 글을 읽었다. 우리는 다음을 보장받지 못한다라는 문장에 멈추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에 어떤 방도가 있을까.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뭐가 그렇게 못마땅했을까. 뭘 그리 잘하려고 머뭇거렸는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마음만 쓰고 있었다. 갈피도 못 잡은 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마침 남편도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 조용하다. 이 시간이 뭐라고 이제야 가슴이 뚫린 듯하다. 남편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데 내 마음 조절하는 것이 아직 서툴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불안한 신호를 보낸다.


저녁 8시 독서모임이 있다. 그전에 운동을 다녀와야겠다. 귀찮다고 가지 않으면 또 미루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닐 때는 하나라도 확실히 해둔다. 기분 언짢다고 하기로 한 일을 미루면 불편한 감정이 쌓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하는 방향으로 틀어본다. 걷고 달리며 몸을 움직인다. 독서모임도 끝났다.

현재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걸 알아준다. 반나절동안 갈팡질팡했던 마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나만이 바꿀 수 있다. 마음대로 안될 때 더 파고들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로 흐름을 돌려보자.



역시 발행이 특효약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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