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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l 20. 2023

워킹맘의 반복되는 하루


아.. 늦잠 잤다. 오늘도  일어났다. 

새벽기상하기로 했는데. 이왕 늦은 거 잠이나 더 자자. 밥도 있고 아이들 먹고 싶어 하는 훈제슬라이스도 있다. 알아서 먹고 가겠지.


 "언니 이렇게 먹는 거 맞아?" 


난 못 들었다. 아니 안 들은 거다. 일어날 수 없다. 아이들이 얼른 등교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큰아이는 등교했고 둘째만 남았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영어소리만 나불나불  들린다. 둘째가 현관문을 나서기 전 아직도 바닥이랑 한 몸이 된 나에게 안긴다. 윽 무겁다. 그 뒤로 이어지는 뽀뽀세례. 여기서 싫은 내색 하면 절대 안 된다. 아침부터 토라져버리는 딸의 모습을 보는 건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할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어나진 않아도 애정공세마저 외면할 순 없다. 그건 사랑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엄마의 귀차니즘을 잘 이해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사실 전날 밤에 미리 공지를 해두었다. 다음 날 늦잠 잘 것을 예고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꺼내 먹으라고 한 것이다.  늦잠마저  계획된 일인 것처럼.




출근하자마자 퇴근 각 나오는 컨디션일 때가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나를 이곳에 붙잡아둔다. 해야 할 일을 제 시간까지 다하면 드디어 집이란 곳에 보내준다. 직장은 수동적인 일이 대부분이다. 곳에서의 생산적인 활동이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필사적인 움직임이.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새벽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눈이 떠져있을 땐 허투루 시간을 보내선 안된다는 생각에 제목이라도 하나 더 적고자 쥐어짜 낸다. 이마저도 복에 겨운 상상일 수도 몸이 바쁘면 생각할 겨를 조차 없다. 일단 현생이 먼저다. 대놓고 여유로운 점심시간. 이것도 주어져야 가능한 일. 사치일 때도 종종 있다. 퇴하면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하나. 퇴근마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늦으면 늦는 대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의 시간과 맞바꾸어 받는 월급으로 한 달을 살아간다. 그보다 버틴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겠다. 




 똑같은 패턴대로 하루가 돌아간다. 그 와중에 늦잠마저 자버리면 출근 전 시간이 통으로 날아가버린다. 거기다 아이들 등교하는데 배웅하지 못한 미안함이 가득 쌓인다. 그런데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과 정신을 탓해본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_폴 부르제)라는 말이 있다.  시간 되면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 먹고 잠시 운동하고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나마 아침에 눈을 떠 가야 할 곳이 있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출근루틴이 있어 다행이다. 이마저도 없었으면 천상 계획없는 백수생활를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직장을 기준으로 그 외의 시간에 한없이 널브러져 게을러도 본다. 이렇게 해서는 답도 없는 결론만 나온다. 일부러 빡빡하게 계획을 짜보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일단 살아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집어넣어본다.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적게 먹어야지. 반복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는다. 그냥 될 대로 되라가 아닌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움직이면 된다. 퍼질러만 있다가는 쓸거리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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