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상하기로 했는데.이왕 늦은 거 잠이나 더 자자.밥도 있고 아이들 먹고싶어 하는 훈제슬라이스도 있다.알아서 먹고 가겠지.
"언니 이렇게 먹는 거 맞아?"
난 못들었다. 아니 안 들은 거다. 일어날 수없다. 아이들이 얼른 등교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큰아이는 등교했고 둘째만 남았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영어소리만 나불나불 들린다. 둘째가 현관문을 나서기 전아직도 바닥이랑 한 몸이 된나에게 안긴다. 윽 무겁다. 그 뒤로 이어지는 뽀뽀세례. 여기서 싫은 내색 하면 절대 안 된다. 아침부터 토라져버리는 딸의 모습을 보는 건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할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어나진 않아도 애정공세마저 외면할 순 없다. 그건 사랑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엄마의 귀차니즘을 잘 이해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사실 전날 밤에 미리 공지를 해두었다. 다음 날 늦잠잘 것을 예고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을꺼내먹으라고 한것이다. 늦잠마저 다 계획된 일인 것처럼.
출근하자마자퇴근 각 나오는 컨디션일 때가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나를 이곳에 붙잡아둔다. 해야 할일을 제 시간까지 다하면 드디어 집이란 곳에 보내준다. 직장은 수동적인 일이 대부분이다. 이곳에서의 생산적인 활동이란 현재와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필사적인움직임이다. 조용하고도 은밀하게이루어져야 한다.새벽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눈이 떠져있을 땐 허투루 시간을 보내선 안된다는 생각에 제목이라도 하나 더 적고자 쥐어짜 낸다.이마저도 복에 겨운 상상일 수도 몸이 바쁘면 생각할 겨를 조차 없다.일단 현생이 먼저다. 대놓고 여유로운 점심시간. 이것도 주어져야 가능한 일. 사치일 때도종종 있다. 칼퇴하면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하나. 퇴근마저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늦으면 늦는 대로 해야 할 일을 한다.나의 시간과 맞바꾸어 받는 월급으로한 달을살아간다.그보다 버틴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겠다.
늘똑같은 패턴대로 하루가 돌아간다.그 와중에 늦잠마저 자버리면 출근 전 시간이 통으로 날아가버린다. 거기다 아이들 등교하는데 배웅하지 못한미안함이 가득 쌓인다.그런데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과 정신을 탓해본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_폴 부르제)라는 말이 있다. 시간 되면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 먹고 잠시 운동하고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나마 아침에 눈을 떠 가야 할 곳이 있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출근루틴이 있어 다행이다. 이마저도 없었으면 천상 계획없는 백수생활를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직장을 기준으로 그 외의 시간에 한없이 널브러져 게을러도 본다. 이렇게 해서는 답도 없는 결론만 나온다. 일부러 빡빡하게 계획을 짜보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일단 살아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집어넣어본다.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적게 먹어야지. 반복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는다. 그냥 될 대로 되라가 아닌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움직이면 된다. 퍼질러만 있다가는 쓸거리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