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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l 17. 2023

똑단발을 하고 왔더니


이상하다. 완전 아줌마 됐다(아줌마입니다만) 너는 그 머리가 안 어울린다. 적응이 안 된다. 왜 잘랐냐. 아주 그냥 난리가 났다. 나는 그들의 눈을 배려하지 않았고 그들은 나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았다. 렇게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 그러기에 더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이미 자른 거 어떡하라고!


분명 미용실 언니는 이 머리를 하면 동안이 된다 하였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머리라고 했다(정말 아무나 하면 안 되겠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나는 이 머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미 머리카락은 반이나 잘려 나가 있었기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미용실에 오는 걸 망설이는 편이다.  한번 하는데 기본 세 시간은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고 요즘 미용비도 무시 못한다. 펌을 해도 두 달은 가지 않는 것 같다. 럼에도 2년에 한 번 짧게 잘라야겠다는 생각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이럴 때만 발 빠른 신속함을 보인다. 나 마음이라도 먹었지만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주지 않아 직구로 던진 말들을 온전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독단적인 선택이 그들의 눈까지는 지켜주지 못했다. 



짧게 자른 단발 한 이유는 그들을 위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자른 거다. 아침시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보내기 위함이 나만의 욕심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차피 머리카락은 또 자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머 어찌 됐든 난 지금 너무 홀가분한데 나의 머리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그들의 말에 멘탈이 흔들린 건 사실이다.





아침마다 디스코머리를 땋아내려 남은 머리를 안으로 한번 돌려 말아 묶었다. 그렇다고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도 아닌 어깨에 닿는 길이 정도였다. 묶일 수만 있다면 한 오라기의 삐져나온 머리카락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지런히 매일같이 묶었더니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도 쉼이 필요함을 느꼈다.


분명 내가 원해서 잘랐지만 생각보다 냉정한 평가에 다소 침울해져 버렸다. 미용의 미(美)를 빼고 편안함만을 추구한 결과다. 늘 시간이 너무 잘 간다며 멈추었으면 한다 했지만 지금으로선 조금 빨리 지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 


기분전환을 위해 미용실에 들린다. 더 예뻐질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도 들린다. 모든 걸 다 충족시켜 주면 좋겠지만 그 둘을 능가한 가벼움과 아침 머리 감기와 말리기까지의 시간단축매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6개월 뒤 지금 상황을 잊어버린 채 또다시 들릴지도 모르겠다. 똑단발은 해보았으니 그땐 숏커트도전?!! 그전에 사전동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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