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Jul 16. 2023

1+1+1+1을 샀는데 내 것이 없다

크롭티는 잘못이 없다


이리저리 뒤져보아도 역시 입을 게 없다. 늘 입는 교복 같은  몇 벌을  돌려가며 입는다.  출퇴근할 때만 입는 거라서 예쁜 거 따위 그냥 눈에 띄지 않게 보호색 마냥 내 몸하나 잘 가려주는 옷이면 충분하다. 거의 단색옷을 입는다. 세탁 후 다 마른 옷이 옷장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바로 외출복으로 선정된다. 그러다 살짝 싫증이 날 때쯤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마음을 알았을까 내 마음을 관통하듯 SNS에서 기다렸다는 듯 이 옷 어때를 연신 들이댄다.


사실 이 사이트를 알게 된 지도 두 달은 되었다. 가입하는 순간 이때다 싶어 날아오는 할인쿠폰의 유혹 그때 결제단계까지 손이 갈뻔하다 말았다. 이럴 때 우유부단한 결정이 날짜만 연장시켰다. 재고가 없을 시 쿠폰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알림이 독촉하듯 정기적으로 날아온다. 쿠폰이 소멸될리는 절대 없을 것 같은데. 그걸 알면서도 눈앞에 아른거리니 또 마음이 요동친다.


무려 1+1+1+1에  29,800원. 색상도 다양한 크롭티.('크롭(crop:배어내다/잘라내다)'과 '티셔츠(tee shirt)'의 합성어로, 아래선이 잘린 듯 약간 짧은 형태의 티셔츠를 말한다.)

짤막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내 살갗을 감추기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긴 옷을 허리춤에 구겨 넣기엔 땀띠가 날 것만 같았다. 여름에 이건 꼭 입어줘야 해 하며 통기성이 우수한 얇디얇은 4색 반팔 티. 소장각 확신했다. 이걸로 이번 여름옷 걱정은 별 무리가 없을 거라 여기며 이번엔 단호하게 결제창을 클릭했다.




드디어 기다렸던 택배가 다. 퇴근 후 설레는 마음으로 스를 개봉하기가 무섭게 이미 옷은 내 손에서 사라졌다.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아 헤매듯 나의 주위를 서성이던 두 들은 오래간만에 새로 산 엄마의 아이 눈독  것이다. 냅다 하나씩 가져가서 입어보더니 자기들한테 딱 맞다며 주말에 입을 것을 확정했다. 색상까지 사이좋게 두 벌씩 나누었다. 이미 내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짤막한 느낌은 아이들에게 더 알맞은 핏이 되었다. 둘째에겐 여유롭기까지 한 크롭티. 나도 한번 입어보았다. 무슨 환상이 있었던 걸까. 만세를 하는 순간 지금부터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분명한 이유를 알려 주었다. 땀띠는 무슨 여름엔 절대적으로 철저히 옷으로 가려주어야 한다. 롭티는 나를 수용하기엔 벅차보였다. 렇게 아이들은 득템을 하고 나는 다시 바지 안에 구겨 넣을 안전한 긴 옷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첫째(중1) 게 모르게  키와 몸무게를 추격하고 있었다. 어느새 아동복을 입기엔 유치한 그렇다고 성인복을 입기엔  애어른스러운 애매한 점이 되었다. 어느 순간 내 옷장을 뒤적거리며 나의 옷을 탐한다. 점 취향도 확고해져 간다.


어찌 보면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엄마의  공유하고 있으니. 나중엔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며 엄마옷은 거들떠도 지 않는 날이 오면 섭섭할 것도 같다. 리 아이들이 20대가 넘어서면 취향의 격차는 벌어지겠지만 몸의 격차까지는 멀어지지 않도록 그때까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당당히 크롭티를 입을 수 있도록!








사진출처: 픽사베이, 네이버 사전

작가의 이전글 세돌된 언니의 의도된 행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