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친정에 김장하러 갔다. 저녁 여덟 시에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라 얼른 끝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금방 담근 김치와 수육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가족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재테크. 언니들은 꾸준히 주식공부를 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나도 뭘 사야 할지 종목을 물어보았다. 나는 주식보다 안전한 ETF에 관심이 갔다. 앉아있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먼저 자리를 뜨기엔 마음이 쓰였다.
내일부터 열흘 간 릴스챌린지를 한다. 오늘까지 영상 두 개를 릴스 방에 올려야 한다. 마음은 급한데 휴대폰 저장공간이 부족한 지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뒷골이 땅겼다. 그래도 어떻게든 두 개를 만들어 여섯 시에 제출할 수 있었다.
독서모임 시간이 다가온다. 읽은 내용보다 안 읽은 페이지가 훨씬 많다. 이 주는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읽은 부분을 다시 정리하고 읽지 못한 부분은 저녁도 먹지 않고 집중해서 읽었다.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둘째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10분 남았다. 분명 20분 전에 올라와야 할 독서모임 링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안 올라오지?' 달력을 보았다. 네?! 둘째 주 일요일이 아니네. 오늘이 아니었다. 멍하게 서 있었다. 혼자 왜 이리 바빴지? 이 상황에서 신기한 건 할 일은 다 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시간 안에 어떻게든 하게 된다는 거다.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오늘 운동은 넘어가려고 했더니 당장 나가야겠다 싶었다. 바로 운동화를 신고 나가 5킬로미터를 달렸다. 씻고 나오는데 뭔가 엄청 뿌듯했다. 하루가 꽉 찬 느낌.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지만 김장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릴스도 올리고 책도 읽고 운동까지 끝냈다.
바쁘다고 시간 없다는 소리는 하면 안 되겠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 마음이 움직이면 하게 된다. 보완할 점은 바쁠수록 정신줄도 놓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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