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달에 한 번, 거실 책상 위치를 바꾼다. 왼쪽으로 밀었다가 햇살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겼다가 다시 반대방향으로 벽을 등지고 앉기도 한다. 책상만 옮기는 건 아니다. 책상 위치에 따라 3단 책장과 거실 식탁, 전자피아노, 화분 두 개까지 이제는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당장 읽을 것도 아니면서 교보 장바구니에는 책들이 쌓이고 있다. 3단 이동 수납장에는 필기도구와 스티커 메모장이 각 맞춰 정리되어 있다. 누가 봐도 내 자리는 책 쓰기 좋은 환경이다. 앉기만 하면 한 꼭지는 절로 나올 것 같다. 그런 마음만 들뿐, 정작 이곳에 앉으면 키보드대신 멀쩡하게 꽂힌 책부터 훑게 된다. 어디로 배치하면 좋을까.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한눈에 보인다. 완독 못해도 괜찮다. 제목만 봐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책, 같은 부분 또 읽어도 와닿는 페이지, 소장만으로도 기분 좋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브런치 작가 된 지 만 3년 지났다. 출간도 했고 글쓰기 수업도 듣는다. 여전히 출퇴근한다. 쓰고 싶은 마음도 달라진 건 없다. 두 번째 초고를 쓴 지 벌써 1년. '더 좋은 글을 써야 돼.' '첫 책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이 나를 작가가 아닌 가구 배치 전문가(?)로 만들었다. 글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눈앞의 가구를 옮기거나 멀쩡하게 잘 꽂혀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이것만 옮기면 한 문장이라도 더 잘 써질 것 같은 환상에 잡혀있었다.
내가 주변을 정리하고 책상 위치를 바꾸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글을 쓰려면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아야 하는데 의자는 옆으로 밀치고 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음만 앞서고 행동은 다른 곳으로 이탈했다. 글쓰기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가끔 글쓰기가 먼저 인지 책정리가 먼저 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가구의 위치가 아닌 내 마음의 위치였다. 자리 옮긴 지 며칠 안 됐으니 이제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겠다. 최소 한 달은 중심 잡아야지. 고개 돌리기 전 한 문장이라도 적어야지. 옮기고 나서 글 한 편이라도 썼으니 가구 배치는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움직인 건 책상이 아니라, 다시 써보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