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26
두류공원 데크길을 걷다가 마주한 장면이다. 오후 여섯 시 이십 분. 일몰이 우아하게 번진다. 지나가는 커플도, 외국인도, 중년부부도 약속이나 한 듯 멈춰 휴대폰을 꺼낸다. 해가 지는 이 순간 우리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을 찍고 해가 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봤다. 왜 지금일까?
하루 종일 열정 가득 온 세상을 달군 해가 이제 쉬려고 한다. 치이이이.... 성당못에 들어가 반신욕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온몸이 식어간다. 고생했다. 종일 뜨겁게 제 할 일했으니.
같이 노을을 감상한 사람들은 멋지다에서 끝나겠지? 멋지다에서 끝나면 안 되는데. 나는 오늘 한 번이라도 뜨겁게 보냈던가? 공원 나오기 전 네 시간 동안 노트북 화면만 열어놨다. 글 쓰려고 생각만 하느라 마음만 타들어갔다. 그래서 나왔다. 노을을 바라보고 지금을 남겨야겠다는 순간만큼은 뜨거웠다. 하루 한 번은 물건 아닌 자연에서 멈춰야겠다. 기록은 기억되고, 멈추면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