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세상 평화롭게 널브러져 자고 있는 중1
현재 기말고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분명 4월 말 생애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본인 나름대로의 충격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곤 다음 주부터 기말고사를 준비해야겠다며 본인 입으로 얘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없을 만큼 한 달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났다. 분명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내뱉은 말이 있기에. 지켜지지 않을 뿐. 나도 머 두 달이나 남았는데 하며 알아서 하겠지 싶은 안이한 마음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해야 할 습관과 활동(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원평가를 친다는 말이 있어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시험지를 들고 와서 사인을 받을 때 비로소 아 시험 쳤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평소 수업시간에 집중만 잘하면 되지. 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걸 초등 때 이미 알고는 있었다. 내 맘대로 다 될 거 같으면 아이는 거저 키우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며 학습도 기본이상은 하기에 믿고 싶었다.
중학생이 되니 중간 기말이라는 학기제란 시험이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나 보다. 초등 때 크게 하지 않던 잔소리가 늘었다는 게 몸소 느껴진다. 단 본인이 원할 시.
어느 날 계획표를 짜달라는 첫째
초등학교 때 끝난 줄 알았다. 자기주도학습이. 스스로 짜길 바랐다. 내 욕심이었는가 보다.
내 계획도 제대로 못 짜서 방황하는 와중에 딸아이의 계획을 짜라니. 그리고 내가 짜준다고 그대로 따라와 준다면 모를까. 짜주고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나의 누르지 말아야 할 빨간 버튼을 작동시키는 것과 같다. 시작의 싹이 아닐까. 너와 나의 전쟁이. 그리곤 어느 정도 매일 해야 할 분량을 이야기해 주었다.
거실에 누워있던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아까 열 시부터 시작하라고 분명 얘기했는데 지금 10시 20분이야. 벌써 20분이나 지났어. 20분이면 사회 네가 읽을 분량 세 번은 읽었겠다.
(잔소리 다다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싫다)
딸아, 어머니한테 이렇게 말해죠.
제발 그만 얘기하세요. 알아서 할게요!라고 언제든지 말만 해 그러면 그때부터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게."
(제발 얘기해 다오)
하지만 이 말을 우리 큰딸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얘기하는 순간 엄마는 정말 신경도 안쓸 사람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스스로 하기 힘듦을 알기에 계속 이야기하란다. 그나마 할 마음이라도 있으니 다행인 건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본인 방으로 스리슬쩍 들어간다.
백날 옆에서 이야기해 줘도 잔소리만 하는 엄마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이다.
거실에서 김밥을 싸고 있는 남편. 방에서 공부하는(?) 큰딸. 글 쓰고 있는 엄마. 내 옆에서 보물찾기 만화책보고 있는 둘째.
김밥은 다 쌌고 남편이 라면 끓이라며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움직여야 할 때인가 눈치게임 보고 있던 찰나 방에서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라면 끓일 타이밍에 본인이 끓이겠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박차고 나오는 첫째. 공부에 집중 1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씁쓸하지만 난 조금 더 앉아있어서 좋았다. 그래 밥은 먹어야지.
아점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며 다시금 글에 집중한다. 지금 아이들도 거실에서 시원한 에이드를 들이키며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시간째 만화책 삼매경에 빠진 첫째를 보고 있자니 또 잔소리 발령을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만 조용하면 집안은 평화로울 것을. 잔소리대신 내 글이나 마무리하련다.
사진출처: 제목 픽사베이, 햇님이반짝